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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은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 등의 다섯 가지 감각이고, 육감은 분석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도 직관으로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는 정신작용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제7의 감각은 무엇일까요? <제7의 감각, 초연결지능>(조슈아 쿠퍼 라모, 미래의창)에서는 ‘초연결지능’이라고 말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어떤 사물이 연결에 의해 바뀌는 방법을 알아채는 능력”입니다.

“누구나 무엇이나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새로운 시대”에서 연결은 “인터넷 연결만이 아니라 현재 도처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규정하는 전체 네트워크”를 말합니다. 금융망, DNA 데이터베이스, 인공지능망, 테러나 마약 네트워크, 통화플랫폼 같은 것들을 포괄합니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작은 힘들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잘못된 상품 거래가 시장을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한 명의 해커가 국가의 방어 시스템을 도어스톱처럼 적극적으로, 전문용어를 쓰자면 ‘벽돌로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우리 시대의 가장 가공할 만한 물리적 구조물, 즉 군대, 시장, 정부조차 그것들이 연결된 신경계에 가상의 공격을 받으면 간단하게 마비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불과 얼마 전에 ‘랜섬웨어’ 때문에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제 두려움의 대상도 달라졌습니다. “19세기에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은 폐렴이었습니다. 20세기에는 암이었지요. 우리 시대에 나타날, 특히 21세기 초에 나타날 병은 광기입니다. 어쩌면 정신병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정보, 휴대폰, 데이터 패킷을 포함해 우리 삶과 연결된 모든 비트의 물결이 소모의 병을 전염시킬 것”이라는 거지요.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에 광신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시대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유력 후보자들은 모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책 공약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후보도 자신의 직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고통’과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두려움’에 떠는 국민들을 안심시키지는 못했습니다. 빅데이터, 공유경제, 가상·증강현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메이커운동 등 첨단의 어벤저스급 기술들을 호명하며 불안의 정도만 키웠습니다.

과연 우리는 이 기술들의 실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나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광적으로 이들 기술을 이용해 사욕을 채우려는 욕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한 조사에 따르면 51.8%가 인공지능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을 정도로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인공지능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30년 넘게 뇌를 연구해온 예일대 신경과학과 이대열 석좌교수는 <지능의 탄생>(바다)에서 지능은 오직 생명체만 가질 수 있기에 인공지능은 지능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지능은 생명체의 기능이다. 생명체는 자기 스스로를 복제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 복제 과정이 완벽하지는 않기 때문에 복사본은 가끔 원본과 작은 차이점을 보이게 되고, 그 결과로 원본보다 더욱 능률적으로 자기복제를 할 수 있는 복사본들이 진화 과정에서 등장하게 된다. 지능이란, 이렇게 진화를 통해서 생명체가 획득하게 되는 능력들 중의 하나로서, 자기 자신을 보존하고 복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지능은 인간이 선택한 문제를 인간 대신 해결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말기 때문에 참다운 의미의 지능이라고 할 수 없다.”

이 교수는 지능과 지능지수를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지능은 “생명체가 변화하는 환경에서 마주치게 되는 다양한 의사결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기에 최상의 문제해결방법은 생명체의 필요도와 선호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정답이 없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공간 지각 능력이나 언어 기억 능력을 측정하고 수량화”한 지능지수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활동 범위는 급속도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인간이 하는 일은 달라질 것입니다. 과거에는 “많은 양의 지식을 저장하고 그중에서 필요한 정보를 기억해내어 해결책을 찾아내는 일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의학이나 법처럼 특수한 분야에서 그와 같은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대가로 적지 않은 보상을 받을 수” 있었고,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을 가려내기 위해서 수많은 지능검사와 시험이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이제 인공지능에 넘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간은 무슨 일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텍스트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일단 글을 쓸 줄 아는 능력부터 배워야 할 것입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어야 하겠지요. 이 교수도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사회적 지능’에 주목합니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언어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선호도와 사고과정을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복잡한 집단에서 사회적으로 원만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이 책에서 사회적 지능을 바탕으로 인간이 자아에 관한 통찰을 하게 되는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능의 본질을 인공지능과 비교해 분석하니 그 차이가 명쾌하게 드러납니다. 차이가 바로 상상력이라는 것을 이 책은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차이를 이해하니 이제 막연한 불안에서 헤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저절로 생기는군요. 세계적 석학이 쓴 책을 읽는 진정한 맛인 것 같습니다.

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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