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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학생들은 대학에서의 공부를 취업을 위한 과정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인상이 많이 들고, 그것조차도 이런 식이지요. ‘어떻게 삼성에 들어갈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삼성에 취업하려면 뭘 공부해야 되나요’ 뭐 이런 식. 연봉 높은 직장에 어떻게 취업하는가가 대학에 온 목적인 것처럼 행동하고, 대학 당국도 더 높은 학문적 이상이나 인류적 이상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어 보여요. 그런데 스탠퍼드의 학생들은 직업의 차원에서도 전혀 다른 식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삼성을 만들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렇게 제게 질문을 합니다. 혹은 ‘나는 이렇게 하면 삼성을 만들 수 있겠는데 왜 안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삼성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을 소개해주세요’ 하고 당당하고 도전적이고 저돌적으로 교수에게 요구를 해요.”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세종서적)에서 문학평론가 함돈균과 대담을 나눈 스탠퍼드대 교육공학자 폴 김은 “너무나도 극단적으로 현실주의적이고 도전 정신 없는 생각과 질문”을 해대는 한국의 현실을 매우 안타까워합니다. 그는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스탠퍼드를 다녀간 학생들이 창출해낸 기업적 가치가 2조7000억달러”이며 그들이 만든 회사만 해도 구글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만 4만개”가 넘는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한국의 대학생들이 “이미 시장에 안착한 연봉 높은 대기업”에 취직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고 대학은 “기존 기업으로의 취직률에 집착”하는 현실에서 과연 희망이 있을까요? 사회적 부의 새로운 원천이 만들어지지 않으니 미래가 있을까요? 그는 “21세기에는 인문 중심의 대학이 이런 창업가 정신에 특히 더 적절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에서 인문학과는 거의 궤멸되고 있는 수준이 아닌가요?

그는 아주 어릴 때부터 질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2~5세 사이에 4만~5만개의 질문을 하는데, 아이가 초·중·고를 지나면서 질문 수가 급격히 하락합니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는 질문을 전혀 안 해요. 왜 그렇겠어요? 주입식 교육이 아이를 망쳐놓고, 질문하는 문화가 아닌 데에서 살게 하기 때문이에요. 강하게 표현하면 범죄나 마찬가지예요.”

그는 질문하지 않는 수동적인 존재로 키우는 교육은 “독재 국가를 유지하는 데에 아주 적절한 교육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진정한 교사가 되려면 ‘교습(teaching)’을 하지 말고 “질문을 던지거나 문제를 보여주거나 감동이나 영감을 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스스로 깨우쳐 탐구하고 싶어 하게 하고, 스스로 호기심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달리 말하면 ‘코칭(coaching)’입니다. 교사는 “자기가 아는 걸 쏟아내어 가르치지 않는 대신 스타가 될 학생들 하나하나의 특성이나 자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잘 알아야 하고 잦은 피드백을 해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문학자인 김경집의 생각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골든타임>(들녘)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학생들의 인지·이해 능력은 다양”한데도 전통적인 학교교육이 ‘표준적 기준’을 두고 시행되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도태되는 많은 피교육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는 기본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오늘날 요구되는 학습의 핵심은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제는 지식의 획득 그 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 지식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러한 지식을 토대로 다양한 질문과 토론을 통해 사고의 영역을 확장하고 집단지성화하는 성과를 추구해야 한다.”

일본은 2020년부터 사지선다형 지식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기존의 ‘대학입시센터시험’ 대신에 기술(記述)식 문제로 기억력보다 사고력을 묻는 ‘대학입시희망자능력평가시험’(가칭)’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시카와 이치로는 <2020년부터의 교육문제>에서 바뀌는 것은 대학입시만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학교교육은 ‘지식의 습득’을 중심으로 한 종래의 학습에서 ‘지식의 활용’을 지향하는 형태로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는 이런 개혁의 배경으로 인공지능(AI)의 등장을 듭니다. “2045년에는 AI가 인류의 능력을 넘는 지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지금까지 인간이 해온 일은 앞으로 점차 AI를 포함한 로봇에게 맡겨질 거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뉴욕시립대학대학원센터 캐시 데이비슨 교수가 “2011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의 65%는 대학졸업 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과 옥스퍼드대 마이클 오스본 교수가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정도면 미국 고용자의 절반 가까이가 하고 있는 일이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 사실을 인용했습니다.

세상이 바뀌면 교육도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삼위일체의 교육개혁을 2020년까지 달성해야 할 급선무 과제로 삼고 지금 초·중·고의 교육현장에서도 큰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문부성이 제시한 개혁 이후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익혀야 할 3가지 힘은 ‘과제해결을 위해 협력하여 일하는 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힘’ ‘창의적인 사고력’ 등입니다.

무엇보다 경쟁교육을 지양하고 협력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교육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사람이 무조건 당선될 것 같은데도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이렇다 할 교육개혁정책을 내놓은 것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 현실이 너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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