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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대에 젊은 세대를 붙잡기 위한 언론들의 노력은 힘겹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로 대표되는 이들은 ‘입에 스마트폰을 물고 태어났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활자보다 영상에 친숙하고, TV 대신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한다.

이대로라면 절대 신문을 읽지 않을 ‘미래의 독자’를 붙잡기 위한 기성 언론들은 머리를 싸맨다. 짧고 재미있는 동영상, ‘바이럴(입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이들은 정말 ‘한없이 가벼운 존재’일까.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만든 말레이시아의 영상미디어 ‘레이지(R.age)’는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지난 8~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디지털 미디어 아시아(DMA) 2016’에서 레이지의 이안 이 편집장은 “리얼한 사회적 주제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도달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지는 최근 말레이시아의 아동 성범죄를 다룬 ‘내 휴대폰의 포식자(Predator In My Phone)’ 시리즈로 주목받았다. 총 21개의 영상 중 일부는 10분을 넘는 긴 동영상이었지만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 아동 성범죄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기 위한 사회적 캠페인까지 이끌어냈다. 이 편집장은 “말레이시아에서는 아동 성범죄를 처벌하는 법이 없다. 모바일에서 아동 성범죄 반대 버튼을 누르도록 해 수백만개의 지지를 이끌어냈다”며 “마우스 클릭으로 참여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고 말했다. 관련 법안은 이미 35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했으며, 한 달 뒤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레이지의 성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청소년들이 앞장서 거리로 나왔다. 지난 19일 촛불은 수능을 끝낸 학생들의 합류로 더 뜨겁게 타올랐다. SNS에 “투표권도 없는 학생들에게 어른이 미안하다”는 기성세대의 ‘반성’이 잇따른다. 이들은 정치적 주체이며, 어른보다 현명하며, 더 빨리 행동하고 있다. 이들을 ‘생각 없다’고 치부한 건 기성세대가 기존의 문법만 고집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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