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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만에 문구 그대로 ‘세상이 바뀌었다’. 우리가 알던 나라는 예전의 대한민국이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 뒤에 최순실이 있고, 그가 국정의 주요 사안을 컨트롤해왔다는 상상을 초월한 진실 앞에 국민들은 충격과 분노, 그리고 모욕감마저 느끼며 ‘혼이 비정상’이 될 지경이 됐다. 그동안 대통령이 내린 잘못된 판단과 결정에 분노하고 좌절해온 사람들은 자신이 ‘허깨비’를 상대로 싸워왔음에 허탈해했다.

“국민은 금치산자(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는 자)가 조종하는 세월호에 탄 느낌”이라는 한탄 속에 세월호 참사를, 개성공단 폐쇄를, 한·일 위안부 합의를 떠올리며 가슴 아파했다. 영화감독 박성미씨는 트위터에 “가장 아픈 사실, 2014년 4월16일, 해경이고 해군이고 모두 대통령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대통령은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금치산자와의 계약은 무효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무효”라고 적었다.

박 대통령은 역사에 대한 상식을 바꿨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논란이 될 예정인 공무원 한국사 문제’라는 글이 올라왔다. “다음 중 가장 나중에 태어난 사람은 누구일까? ㉠빗살무늬 토기에 식량을 보관해놨어. ㉡첨성대에서 별들을 관측할 수 있어. ㉢상평통보 덕분에 장사가 편해졌어. ㉣통치자는 모든 행위를 무속 성직자에게 허락받아야 했어.”

정치사회를 이해하는 틀도 바뀔 판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한국 국정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정치학’ ‘법학’ ‘행정학’이 아니라 ‘무속학’을 알아야 한다”고 비꼬았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는 “무속신앙에는 무속신앙으로 대응해야 하는 법, ‘시굿선언’을 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와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책임을 묻고, 처벌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제일 경계해야 할 사람은 다 알면서 모른 척 충성하고 열매 따 먹다가 지금 비판 대열에 합류한, 여당 정치인들” “최순실한테 몰아주기 하지 말고 책임져라 새누리당”과 같은 말들이 유독 와 닿는 이유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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