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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고 공감하지 못하기로 유명한 박근혜 대통령이지만,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집어냈다. 바로 ‘자괴감’.

박 대통령이 두 번째 대국민사과를 하자마자 SNS는 들끓었다. 여러 가지 말을 했지만 대충 요약하자면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이런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

이 대목에서 많은 국민들은 할 말을 잃었다. 민주주의와 법치가 유린된 상황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자괴감’이란 단어를 그 원인 제공자가 써버렸기 때문이다.

“이러려고 국민 했나, 자괴감 들어” “이러려고 세금 냈나 자괴감 들어” 등 숱한 패러디를 낳았다. 코미디언 김미화는 트위터에 “내가 이러려고 코미디언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합니다”라고, 가수 이승환은 페이스북에 “내가 이러려고 가수 했나…팬들 앞에서 요딴 소리”라고 적었다. 누리꾼들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내가 이러려고 단식했나 자괴감 들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러려고 핵무기 만들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단군의 “내가 이러려고 고조선을 세웠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등의 패러디물을 만들어냈다. 한 누리꾼은 아예 자동으로 패러디 ‘짤(이미지)’을 만들어주는 ‘대국민담화 패러디 짤 생성기’까지 개발했다.

한 누리꾼은 국민들의 심정을 잘 요약했는데 “우리가 기다린 것: 개헌과 내각구성, 총리 및 하야 문제에 대한 입장, 실제로 들은 것: 대국민 절교선언+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라고 썼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외롭다, 슬프다, 앞으로 인연 끊고 살겠다는 등 국정에 관한 얘기는 없이 자기 인생 얘기만 했다. 대통령은 가업, 청와대는 나의 집 인식이 박혀있는 듯”이라고 지적했다.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하고 신세한탄하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5%를 기록, 0%로 수렴하고 있다. 한 줌도 안되는 지지율을 갖고 국정을 다스릴 순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한 누리꾼이 말했다. “배터리도 5%면 갈아 끼워야 한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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