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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던 ‘100만 촛불집회’ 당일 오전의 일이다.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법원이 청와대 인근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을 전면 허용했다는 소식을 경향신문 페이스북 페이지에 전하자 뜨거운 반응이 올라왔다. 그중에서도 많은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은 댓글이 있었다. 시위대가 청와대 근처까지 가면 이른바 ‘알바’들이 일부러 청와대로 진입하려는 돌발 행동을 할 것이고, 이를 빌미 삼아 정부가 집회를 불법·폭력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우려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독자들도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과 일당이 원하는 일이고 그렇게 되면 계엄을 선포할 수도 있다”고 의견을 냈다.

우려가 작용해선지 실제 집회는 대체로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이 운집했지만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경찰과 대치한 내자동 로터리에서 일부 시민이 경찰 차벽에 올라가기도 했지만 다수의 시민은 ‘내려와’를 외치며 자제시켰다. 집회 소식을 전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폭력 시위를 우려하는 댓글이 계속해서 달렸다. ‘폭력 프락치’를 시민의 힘으로 내몰자는 말까지 나왔다. 이튿날 새벽녘이 되어서야 23명의 연행자가 발생했지만, 100만명이라는 참가 인원을 생각하면 비교적 적은 숫자다.

그러나 폭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알레르기 반응이 또 다른 자기검열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독자는 평화집회 소식을 전하는 페이스북 댓글에 “단순한 평화시위로 역사의 진전이 이루어졌나? 왜 권력과 자본의 구조화된 폭력은 외면하고 집회 현장 대중의 물리적 행위를 이렇게 왜곡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오늘날 우리네 비폭력 시위는 그네들에게 무슨 타격이 있는가?”라는 한탄도 나왔다.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100만명이 시위를 했는데 거의 완벽한 비폭력을 유지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지만, 100만명이 모종의 강력한 자기억압 상태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한 누리꾼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페이스북에 이런 댓글을 남겼다. “오늘까지만 비폭력이다.”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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