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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2년 전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강타했다. 

정유라가 문제의 글을 올린 시기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화여대 수시모집에 합격하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되던 때였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철없는 젊은이가 과거에 생각 없이 쓴 글로 치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람들에겐 그럴 아량과 여유가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최순실 비리 의혹으로 국민이 입은 상처가 큰데 그의 딸은 거기에 생소금을 뿌렸다. 교육부 고위 간부 나향욱의 ‘개·돼지’ 발언에 버금가는 최악의 망언이다.

돈을 뭣보다도 중시 여기는 사회에서 돈도 실력일 수 있다. 하지만 정유라가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 정유라가 가진 많은 돈은 정유라나 그의 어머니 최순실, 그의 외할아버지 고 최태민이 정당하게 벌어들인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언론 보도를 보면 최순실의 재산은 공공의 몫을 가로채거나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쌓아올린 것일 가능성이 높다. 정유라에게 주어진 특혜나 최순실이 쥐고 있는 권력도 마찬가지이다. 그들 모녀의 피땀으로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

부모를 원망하라는 말도 거슬린다. 부모 잘 만난 덕에 부와 권력을 쥐게 됐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마땅하지만 정유라는 또래들을 멸시하고 세상을 조롱했다. 한 누리꾼은 “내가 부족하다고 해서 부모를 탓해야 하겠나? 부모님도 나름대로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사시는데 이건 일반 서민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적었다. ‘닫힌 세상’에 살고 있는 정유라가 한편으로는 불쌍해 보인다. 하지만 자업자득이다. 불신과 자만심으로 가득 찬 삶이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한국 사회를 왜 ‘헬조선’으로 폄훼하느냐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 관계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정유라와 그의 어머니 최순실의 작태를 보며 우리가 헬조선에 살고 있음을 다시 한번 각인한다. 짜증나는 세상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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