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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틸리케’란 말이 한때 유행했다. 신이란 의미의 ‘갓(God)’과 ‘슈틸리케’가 합쳐진 이 단어는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인 울리 슈틸리케가 지난해 아시안컵 준우승과 동아시아 축구연맹컵 우승을 차지하자 팬들이 그에게 붙여준 자랑스러운 별명이다. 그런데 요즘엔 ‘탓틸리케’(남 탓하는 슈틸리케)라는 신조어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기 패배의 책임을 선수 등에게 떠넘긴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담겼다.

지난주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이란과의 원정경기에서 졸전 끝에 0 대 1로 패배하면서 한국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탈락 위기에 놓였다. 감독과 선수들이 똘똘 뭉쳐 최선을 다했다면 승부 결과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란전에서 패배한 뒤 한국 대표팀은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우리에게는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 이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는 “유소년 단계부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 축구의 조기교육 시스템까지 거론했다. 그러자 선수들이 발끈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다 대표팀에 차출된 손흥민 선수는 “선수들도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한국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콩가루 집안이 됐다. 게도 구럭도 다 잃어버렸다.

SNS에는 슈틸리케 감독에게 실망했다는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선수 탓하는 감독은 별로라 생각한다. 선수를 선발한 것은 감독 본인 아닌가? 먼저 자신의 감독으로서 역량을 점검하는 게 옳지 않나 싶다.” “전술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감독은 선수들과의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손흥민 선수에 대한 여론도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한 누리꾼은 “물병 그만 차고 감독님한테 또 선배들 앞에서 버릇없이 굴지 마라”고 적었다. 팬들의 신뢰를 잃은 축구대표팀의 앞날이 걱정된다. 책임감이나 겸손 등은 축구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을 슈틸리케 감독과 태극전사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오창민 기자 risk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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