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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을 불통이라고도 한다. 소통 반대 불통과는 다른 말. 풍선 불통이 하늘 높이 날아다니는 풍경. 에베레스트 고산이 있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 풍선을 닮은 구름이 떠다니고 아이들이 놓친 풍선도 더불어 날아다닌다. 아기 원숭이는 풍선을 쥐어보려고 보리수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엄마에게 혼이 났다. 바람의 말이라는 뜻의 오색 깃발 ‘룽다’가 펄럭이는 나무. 아기 원숭이는 애먼 룽다를 한 번 손바닥으로 쳐보고는 엄마 품으로 쏘옥. 불통이랑은 다른 치통. 길 떠나는 날부터 잇몸이 욱신욱신 아팠다. 치통약을 한 알 삼키고서 집에 돌아갈 날을 세보았다. 여행하면서 어디 몸 한구석 문제가 생기면 고약해진다. 하늘에 별을 보고 빌었다. 잠깐 사랑니 앓듯 스윽 지나가기를….

다이 시지에가 쓴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라는 소설엔 치통 이야기가 배를 쥐게 만든다. 모주석의 문화대혁명 때 치과의사 아들인 뤄는 부르주아 출신이라는 이유로 사상재교육을 받으러 시골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촌장의 교활한 감시를 당하는데, 치통에 시달리는 촌장을 치료하는 대목은 ‘웃프다’. 집에서 보고 배운 게 있을 거라 믿고 아픈 치아를 내맡기는 촌장. 치아를 쪼는 바늘은 재봉틀로 결정했다. 발로 구르는 재봉틀에 촌장을 눕히고 재봉틀 바늘을 이용해 이빨을 쪼아대고 갈아낸다는 해프닝. 그렇게 촌장에게 복수하는 뤄의 야릇한 후기는 이렇다. “촌장은 굵은 밧줄로 침대에 묶였을 뿐 아니라 영화의 고문 장면에서나 볼 수 있는 형태로 재봉사의 강철 같은 손에 덜미를 잡혀 꼼짝 못했다. 촌장은 입의 양쪽 아귀로 거품을 뿜으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힘겹게 숨을 쉬면서 신음을 토했다.” 아무리 아파도 이 구절 앞에선 치통이 거짓말처럼 싹 걷힌다. 아프단 말조차 꺼내지 말아야지.

수많은 통증. 분단의 통증, 불평등의 통증. 두통 치통, 때마다 생리통.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풍선 불통을 불며 개운한 세상을 꿈꾼다. 진통으로 태어나서 고통 끝에 죽는 인생. 참고 견디며 꿈을 꾸는 이는 복이 있으리니, 그대! 풍선 불통이 되어 훨훨 새처럼 유성처럼 날아오르리.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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