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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대한민국 보수의 핵이라는 강남에서 북한의 고위층이었던 태구민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이제 더 이상 선거에서 ‘빨갱이’타령은 먹히지 않을 터이니, 선거문화는 분명 진일보할 것이다.

태구민의 당선이 확정된 날 국민청원이 하나 등장했는데, ‘강남구민의 높은 정치의식과 시대정신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강남구 재건축지역에 새터민아파트를 의무비율로 짓자’는 청원이다. 언론은 앞다퉈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지만 곱씹어볼 부분이 많아 보인다. 중요하게는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이며 다른 하나는 왜 국가에 꼭 필요한 시설의 설치가 특정 지역에서는 조롱이라 치부되어야 하는가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도에서 망국적 지역주의 다음으로 강한 힘을 발휘해온 것은 단연 부동산 이슈이다. 코로나19와 막말, 비례정당, 검찰개혁 등 강력한 이슈에 묻혔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온갖 지역구 개발공약은 정당과 관계없이 난무했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국가예산을 자기지역으로 돌릴 적임자라 하고, 소위 님비(NIMBY)시설들은 빼내겠다고들 했다. 국회의원 선거가 국가의 고른 발전을 실현할 입법권자가 아닌, 특정지역 부동산 가치상승을 이끌 능력자를 뽑는 선거로 변질된 것이다. 연말이면 뒷구멍 쪽지예산으로 지역구를 챙기는 의원과 정당에 눈살을 찌푸리지만 막상 내 동네라면 평가는 달라져, 헌법이 정한 임무와 관계없이 유능한 의원이, 정당이 된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4%를 넘어,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 집이 남아돈다. 1가구 1주택이면 무려 84만 채가 남는다. 실제 빈집이 140만 채가 넘는 현실에서 지속 가능한 국가를 위해 서울 블랙홀 개발이 아닌 효율적 분산이 과제가 된 지 오래다. 고민 끝에 참여정부가 단행한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있었지만 수도권 토건사업은 더욱 심해졌다. 지방 활성화의 기대와는 달리 집과 일터가 분리돼 1가구 다주택이 필수가 되었기 때문이다. 교육과 복지·문화인프라 수준의 현격한 차이는 서울, 특히 강남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방과의 격차를 느낄 수 있고 서울, 강남을 떠날 수 없다는 의식은 이들에게 깊이 깔려 있다. 세종시가 만들어진 2012년 이후 온갖 부동산규제대책에도 6년 만에 다주택자가 무려 34%나 증가한 이유일 것이다. 이들의 이동을 위해 서울을 빠르게 연결하는 교통편이 발달했고, 빠른 교통편은 지방을 더욱 소외시키는 악순환고리가 되었다.

헌법에 따라 국가는 제한된 국토와 자원을 보호하며,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은 지역구가 아닌 국가 이익을 우선할 의무가 있다. 고준위핵폐기물장과 같이 모두가 반대하는 시설도 어딘가는 만들어야만 한다. 헌법에 반하는 지역우선 개발공약과 쪽지예산을 쏟아낼 수밖에 없는 지금의 지역구 선거제도로는 국회의원에게 헌법의 의무를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수도권 의석수가 절반을 차지하는 현재의 소선거구제도에서 지방을 위한 균형발전은 불가능하며 서울블랙홀의 난개발만 가속될 뿐이다. 선거가 끝난 지금이 지속 가능한 국가를 위한 선거제도 논의의 적기로 보인다. 청와대의 답변이 ‘시대정신’을 외면한 뻔한 답이 아니길 기대해본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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