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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0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미국 대선후보였던 트럼프와 클린턴이 첫 TV토론을 하기 전인 작년 8월이었다. 이 지면에 ‘김정은의 핵과 트럼프의 핵’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트럼프의 등장을 경고했다. 그가 작년 3월에 ‘솔직히 말하자면’ 일본 핵무장을 허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발언했음을 지적했다. 안보의 끈을 한국이 잡아 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추석 명절 전, 9월에 대통령의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총회에서 연설했다. 그 자리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국제법적으로 매우 충격적이며 불법적인 사건이다. 세계 평화를 위한 기구인 유엔에서 유엔 회원국의 대표가 다른 유엔 회원국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유엔 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한 발언이다. 예방적 선제공격은 불법이다. 물론 그의 발언에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그 조건이 충족되었는지 역시 그가 결정할 것이므로 조건은 별 의미가 없다. 북한에는 2500만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한 달 전에 북한이 미국에 대한 위협을 중단하지 않으면 ‘세상이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파멸적 핵무기를 투하하면서 ‘지구상에 없던’ 폐허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했던 미국의 과거가 떠오른다.

트럼프는 놀랍게도 바로 위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란을 위협했다. 오바마 정부가 이란과 타결한 이란 핵개발 동결 협정을 비난했다. 그는 이란과의 핵 협정을 ‘미국에 낭패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을 부패한 독재정권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올 9월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이란 핵 협정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렸고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15일이면 트럼프의 결론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날은 미국이 이란과의 핵 협정 체결의 대가로 이란에 준 경제 제재 유예를 계속할 것인지 결정하는 시한이다.

트럼프가 이란과의 핵 협정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한국에 위험하다. 북한 핵 문제 해결에서 매우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북한이 보고 있는 앞에서 이란과의 핵 협정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그런 미국을 보면서 북한은 미국과 핵 협상을 할 이유가 없게 된다.

트럼프는 2018 예산안에서 환경보호청과 노동부의 예산을 무려 31%, 21%나 깎으면서, 국방예산은 10%나 늘렸다. 두 자리 숫자로 늘렸다. 그는 유엔이 핵무기금지조약을 출범시켰는데도 미국은 핵무기를 현대화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리고 대규모 군사력을 ‘재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모든 폭탄의 어머니라고 하는 가공할 폭탄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했다.

안보의 끈을 한국이 더 세게 잡아 당겨야 한다. 한·미동맹이 한국 안보의 근간임은 현실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상징하듯이 안보를 타국에 의존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위험하다. 이는 북한의 핵보유와는 상관없는 내재적 위험이다. 외부 위험이 클수록 안보 의존은 더 위험하다는 본질을 용기있게 인식해야 한다. 북한 핵 보유에 대비하는 일본도 일·미동맹을 한·미동맹처럼 의존적으로 운용하고 있지 않다. 대미 안보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 지체하지 말고 한국군의 일체의 작전통제권을 환수해야 한다. 나아가 한·미동맹을 법치화해야 한다. 트럼프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동맹이 아니라, 나토와 같은 공동 의사결정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과 그에 대한 정기적 평가도 법제화해야 한다. 끈질기게 국제법을 이용해야 한다. 트럼프를 국제법의 바다로 띄워올려야 한다. 트럼프가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을 한 이틀 후에 유엔의 53개 회원국은 사상 최초로 핵무기금지조약에 서명했다. 아시아에서는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서명국에 참여했다. 64년의 정전협정을 끝내고 평화를 정착시킬 국제적 평화협정의 체결이 최종적인 트럼프 리스크 해결 방법이다. 트럼프의 임기가 지나가기를 앉아 기다리기에는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오로지 국민을 믿고, 안보의 끈을 한국이 더 세게 잡아 당겨야 한다.

<송기호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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