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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반복되는 미세먼지 공포는 어김없이 온 국민을 분노케 만들었다. 이제부터는 어느 강에선가 발생할 물고기의 떼죽음이나 녹조라떼가 한동안 미디어를 달굴 것이다. 장마를 시작으로 이상기후와 폭염으로 아우성이 들릴 것이고 맘 놓고 에어컨도 못 켠다는 논리로 원전이 홍보될 것이다. 매년 겨울이면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의 가능성만으로 건강하게 살아 있는 닭과 오리가 땅속에 매장되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공익증진과 병충해방제를 이유로 숲속의 무수한 나무들이 잘려 방치된다. 쓰레기와 플라스틱 문제도 주기적으로 우리 사회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다. 이 모든 주기적 상황들에 나는 피해자일 뿐이다. 언론은, 국민은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누군가에 독설을 날리며, 다른 나라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겨 보려 하지만 해결방법은 마땅치 않다. 이 문제들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어 반복되지만 문제 해결의 근본적 방법인 환경인식에 대한 변화노력은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일로 치부된다.

1급발암물질을 내뿜는 디젤엔진, 비록 환경적 문제가 많지만 생계를 위해 트럭을 운전해야만 하는 많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정부는 경유에 세금을 덜 부과한다. 그러나 고급 수입승용차와 레저용 자동차를 보유한 사람들이 과연 대기오염을 감내하면서까지 세금혜택을 주어야만 하는 사회적 약자일까? 디젤게이트, 전 세계를 속인 회사의 재고차량 할인판매를 고대하던 사람들은 과연 사회적 약자일까? OECD국가 중 1인당 전기사용량 증가 정도가 단연 1위인 국가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만들어내는 고위험 미세먼지 문제는 과연 누가 만든 문제일까? 세계 최고의 명품브랜드 소비국민이면서도 내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농산물에 관해서는 무조건 저렴해야만 한다는 인식이 만들어낸 결과는 참담하다.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제초제와 살충제를 사용하는 농산물과 GMO사료, 항생제로 길러지는 육류가 기반인 우리의 먹거리, 쌀보다 100배나 잔류허용기준치가 높은 글리포세이트 밀을 수입하면서도 안전하다는 비상식적 논리는 과연 남이 만든 문제일까? 하루에도 몇 차례 커피숍에서 1회용 플라스틱컵에 담긴 커피와 플라스틱캡슐커피를 소비하고, 플라스틱 병의 생수를 마시고, 심지어는 수돗물까지 1회용 플라스틱 병에 담아 마시면서도 쓰레기 대란은 남이 만들어낸 일로 간주한다. 1인당 포장용 플라스틱 사용량 세계 2위의 국민들은 과연 쓰레기 대란의 피해자인가?

1980년 오늘, 사회적 약자들의 강렬한 투쟁과 희생으로 민주주의 안착의 거대한 디딤돌을 놓았다. 그리고 지난 1년, 이 짧은 순간 우리나라는 정치와 사회분야에서 가히 기적이라 할 만큼 믿기지 않을 변화를 겪었다. 바닥까지 추락했던 남북의 만남은 현시점에서 지구상 가장 큰 희망의 뉴스거리를 만들어내며 극적인 반전을 시작하였고, 전혀 바뀌지 않을 것 같았던 갑질사회 또한 을의 반란이 여느 때와 다르게 힘을 얻고 있다. 새로운 변화의 시대인 지금 우리는 우리가 당연하게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공공재인 환경에 대해서도 변화를 시도할 때이다. 개인의 소소한 편리와 이익을 위한 오염유발 행위는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옴을 인식해야만 한다. 고농도 미세먼지로, 열대야로, 플라스틱과 GMO, 잔류농약이 함유된 음식물로, 악취 풍기는 하천으로 말이다.

이제 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이 되었다.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누리고 살아야만 하는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쾌적한 주변 환경은 전적으로 나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쓰레기 대란을 겪은 후에라야 어렵사리 다시 시작된 쓰레기 감축정책이 예전처럼 흐지부지 사라지지 않고 더 큰 공익정책의 씨앗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광주민주화혁명과 같이 우리나라의 환경에 대한 인식과 정책이 ‘자고 일어나니 달라졌다’라고 경험하는 일도 먼 미래가 아니길 기대한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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