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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입학식이 다가오자 새 출발을 앞둔 아이들 표정에 희비가 드러난다. 가고 싶은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그러지 못하는 아이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복이 마음에 안 든다, 건물이 낡았다 등 아이들 입에서 투정 섞인 소리가 새어 나온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모양이다.

요즘은 어느 고등학교에 가느냐가 어느 대학에 갈지 결정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등학교가 대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이 확대되며 학생부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시모집은 학생, 학부모, 학교가 함께 뛰는 3인4각 경기다. 아이가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부모와 학교가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아이의 발목을 잡게 된다. 하지만 부모와 학교가 기대 이상의 지원을 해주면 아이는 자기 실력 이상의 결과를 거둔다. 이게 학생부 전형의 묘미이자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기 힘든 부분이다. 어쨌든 대입 수시모집을 준비하려면 부모의 관심뿐 아니라 학교의 역량도 중요하다.

그래서 이맘때면 전학이나 재배정 문의를 많이 받는다. 수시에 강한 학교를 원했는데 정시에 강한 학교에 배정되었거나 내신 관리가 쉬운 학교를 원했는데 정반대의 학교에 배정되었으니 학교를 바꾸고 싶다는 거다. 하지만 이미 배정받은 학교를 바꿀 방법은 마땅치 않다. 건강문제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재배정해주지 않고, 전학도 다른 학군으로 이사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소만 잠시 옮겼다가 돌아오면 안되냐고 묻는 부모도 있는데 불법인 데다 3개월 이내에 돌아오면 처음 배정받은 학교로 다시 배정된다. 3개월 이후 돌아오면 학교를 옮길 수 있지만, 수업 진도나 시험 기간이 달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학교를 옮길 생각을 하면 학교에 정이 붙지 않아 교우관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을 설명하면 자퇴까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설마 자퇴까지 하겠는가 싶었는데, 지난해 고졸 검정고시 응시자 중 10대 청소년 비율이 역대 최고치(67.7%, 4만3816명 중 2만9659명)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선다. 물론 그들 모두가 대학에 잘 가기 위해 자퇴한 학생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서울대 정시 합격자 중 검정고시 출신 비율이 전년도보다 2배 이상 증가(1.4%→3.5%)한 점을 고려하면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자퇴한 학생이 적지 않아 보인다.

어쩌다 고등학교가 대학을 가기 위한 곳이 되었나 싶어 마음이 무겁다. 교육을 하다 보면 입시도 해결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교육과 입시가 따로 논다. 아이들 모두 자기가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것은 상상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기에 이제는 현실을 생각해야겠다. 학교는 어디에 배정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마음가짐으로 다니느냐가 더 중요하니까. 하나의 기회의 문이 닫히면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린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문을 힘껏 열고 들어가 최선의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최고보다 더 좋은 최선도 있으니까.

<강명규 스터디홀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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