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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TV 시청 시간이 늘어났다. 아침에 눈을 뜨면 뉴스를 찾아보게 된다. 밤사이 확진자 추이와 일별 확진자 수는 어떤지,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국의 상황은 어떤지, 경제활동 등 삶의 조건들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불안과 두려운 마음으로 자꾸 뉴스를 보게 된다. 우리의 생존과 안전이라는 당면한 과제 앞에 각종 리얼리티 예능은 그 관심과 흥미가 후순위로 밀리게 되는 것 같다. 정말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눈앞에 매일 펼쳐지고 있는데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그래도 불안과 두려움을 달래주는 것은 이웃들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모아 파출소 입구에 두고 간 장애인의 기사를 보고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고, 코로나19로 기다렸던 콘서트가 취소되자 환불받은 티켓값을 기부하는 BTS 팬클럽 ‘아미’를 보면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작은 액수나마 동참할 수 있었다. 하루 수백명의 사망자가 나오는 이탈리아에서 집안에 격리돼 있는 아파트 주민들이 베란다에 나와 서로를 격려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볼 때, 경제적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고난 가운데 힘이 되는 것은 역시 서로에 대한 지지와 돌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감염의 위험과 가족들의 염려를 뒤로하고 재난 현장으로 달려가는 의료인들을 볼 때면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발견한다.

사람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증명하게 된다고 한다.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가족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사재기에 나설 것인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함께 나누고 배려할 것인가? 감염환자를 바이러스 취급하며 혐오하고 배제하며 분리의 벽을 높이 쌓을 것인가?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이웃으로 보고 연대하고 협력할 것인가? 

지난주 학교에 나가서 4월6일 개학 준비 회의를 했다. 등교 시간 교문에서 발열 체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수업 시간 아이들 자리 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안전한 급식 방법, 마스크 쓰고 생활하기 등에 대한 구체적 준비를 협의하는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가능하겠는가? 정답을 갖고 있지 않은 초유의 상황에서 서로의 지혜를 모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이제 예정된 개학일까지 2주 남짓 남았다. 2주 동안 우리가 자신과 전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일까?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해서 확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고 즉각적인 영향을 주고받는지 매 순간 확인한다. ‘함께’가 아니면 결코 헤쳐나갈 수 없는 이 시련에 대한 해법 중 하나가 ‘사회적 거리두기’라니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손연일 월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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