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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일어나! 온라인수업 들어야지. 엄마가 컴퓨터 켜놨으니까 빨리 세수하고 와!”
오늘도 우리 집 아침은 분주하다. 학교에 가지 않으니 여전히 방학이라는 두 아이와 온라인개학도 개학이라며 컴퓨터 앞으로 등교시키려는 아내의 실랑이 한판이 벌어진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우리 집 아침 풍경이다. 온라인수업이 시작된 후 아내가 정말 바빠졌다. 큰애의 과학실험을 도와주다가 작은애의 수학 문제를 풀어주고, 점심을 먹인 후에는 숙제를 시켜 온라인으로 제출해야 하니 아이 개학인지 아내의 개학인지 모를 지경이다. 그동안 아이를 가르치는 일은 학교와 학원의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온라인수업이 시작된 후 아내가 우리 집 선생님이 된 거다.
처음에는 부모가 왜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싶어 불만이 많았지만, 아이를 가르쳐본 후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 아이가 수업을 어떻게 듣는지, 문제는 어떤 식으로 푸는지 성적표만으로는 알 수 없던 것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글 읽는 습관이다. 우리 아이는 책을 빨리 읽어서 속독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단어를 건너뛰며 읽고 있었다. 이러니 문제를 틀릴 수밖에. 꼼꼼히 읽지 않으니 맞는 것 찾으라는데 틀린 것 찾고, 모두 찾으라는데 하나만 찾고 있었던 거다. 문제점을 알게 되니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방향이 보였다. 먼저 아이와 함께 소리 내서 글을 읽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 치는 연습을 시작했다. 짧은 글을 읽고 제목도 달아보고, 출제 의도를 파악하는 연습까지 하자 아이의 변화가 느껴졌다. 역시 아이를 바꾸는 것은 부모의 관심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내친김에 수학도 가르쳐봤다. 지난 학기 문제집에서 까다로운 문제들을 골라 풀어보게 하니 구멍난 곳들이 드러났다. 선행학습을 제법 했기에 자기 학년 내용은 제대로 알 줄 알았는데 구멍이 많이 뚫려 있었다. 그동안 헛공부한 것이다. 수학은 상위개념을 활용하면 문제 풀이가 쉬워지니 선배들의 공식을 이용해 문제를 푸는 얄팍한 기술만 늘어 있었다. 정작 중요한 것은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 해결 전략을 수립하는 수학적 사고력인데 말이다. 나 역시 진도 경쟁에 빠져 아이를 웃자라게 했다는 생각에 반성이 됐다. 그래서 선행학습을 멈추고 지난 학기 진도부터 다시 복습하기 시작했다. 개념부터 꼼꼼히 읽고 틀린 문제는 정확히 풀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풀게 하니 기본기가 탄탄해졌다. 문제도 일일이 식을 써서 풀게 하자 암산으로 대충 풀던 습관이 조금씩 고쳐졌다. 학교나 학원에서 단체로 진도를 나가느라 놓쳤던 부분이 메워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학교도 안 가고 학원도 안 가게 됐을 땐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의 공부 습관을 돌아보고 구멍난 부분을 메울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 땐 동지애까지 느껴질 정도니까 말이다. 가끔은 이렇게 뒤돌아보며 다져가는 시기를 가져야겠다.
<강명규 스터디홀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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