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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온라인개학을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라 다른 사람은 어떤지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 물리적 거리 두기로 만남을 자제하다 보니 그것도 여의치 않다. 지면을 빌려 이야기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누군가에게는 생존이 달린 엄혹한 현실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들릴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첫 번째 변화는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저녁을 준비하고 밥을 먹는 일상을 60여일 하다 보니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각종 모임과 학원 수강 등으로 바빠 하루 한 번 가족과 마주 앉아 식사하는 것이 어려웠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역설적으로 일상은 더 간결하고 평화로워졌다.

두 번째는 우리가 얼마나 연결된 존재인지,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입장과 이익을 주장하는 이기주의가 우리 사회를 공멸의 길로 이끌 수도 있고 공감과 배려의 물결이 상생의 길로 이끌 수도 있다는 걸 눈으로 보고 몸소 체험하는 날들이었다. 어려운 시기 상대적으로 생계가 안정적인 직업군에 속한 사람으로서 자영업자, 취준생, 실직자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 실천도 필요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최소한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됐으면 좋겠다.

세 번째는 온라인개학을 하게 되면서 원격수업에 대해 적극 고민하고 원격수업에 필요한 기능을 익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게 늘 즐겁지만은 않다. 특히 자발적으로 배우는 게 아닐 경우는 더 그렇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이 일 때는 그 물결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다줄지는 몰라도 흐름을 타야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딜 수 있다. 그러기에 변화의 요구에 저항하기보다 적극적 수용이 필요하다. 미래사회, 바이러스로 인한 위험 경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디지털 교육으로 전면이행은 아닐지라도 부분적 도입은 이미 현실이 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네 번째는 효율성과 편리함의 추구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이다. 대단위로 한 작물을 키우면 관리도 쉽고 수확량도 높지만 병이 오면 그 단지 전체 농사가 망하게 되는 것처럼 대도시 중심의 소비문화 추구가 결국 바이러스 전파에 취약한 생태계를 만들었다. 앞으로는 효율성보다는 지속 가능성과 다양성, 공동체성을 우선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100여일이 지났다. 신화에서는 100일이면 곰이 사람으로 변신할 수도 있는 시간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동안 사재기와 약탈, 의료 시스템의 붕괴, 국가의 강제적 봉쇄, 이런 것 없이도 고난을 잘 헤쳐왔다. 앞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회복해 가는 과정에서도 부디 한마음으로 지혜를 모아 함께 헤쳐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공통의 적 앞에서 단결은 쉬우나 그 적이 물러가면 다시 자기 이익을 지키느라 혈안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손연일 월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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