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교육부가 온라인개학을 발표한 뒤, 세부적인 방법이 정해지지 않자 학교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찾아가느라 뜨거운 몇 주를 보냈다. 어디가 방향이고 중심인지 다 같이 모르는 상황에서 각종 정보와 질문, 의견들이 쏟아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는 용광로처럼 타올랐다. 누군가 의견을 내면 모두가 주목했고 뭔가를 만들어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다 같이 몰려들어 배웠다.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다른 방법을 찾아 공유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온라인학교가 문을 열었다. ‘다 같이 모르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한 소통과 경청, 협력적 배움의 공간이 생겨났다.

참여와 의사결정의 과정에는 우리 대부분이 겪고 있는 중요한 딜레마가 있다. 조직이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구체적인 지침을 정해주면 사람들은 그들이 알려준 대로 따라가면 된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동시에 그 결정 과정에 늘 자신의 존재는 무시되고 있다는 분리감을 느끼고 마음을 접으며 내가 이 일에 얼마큼 발을 담글지 가늠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개인과 조직, 삶과 일이 분리되면서 마음의 참여는 갈수록 멀어지고 우리의 삶은 점점 더 생생함을 잃어버린다. 원칙과 방향을 정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그 문제에 대해 가장 좋은 답을 알고 있다’면서 어떤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들은 실제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은 거의 알지 못한다. 

그러면 방침이나 계획이 모호할수록 좋은 것일까? 이런 경우에도 사람들은 나아가야 할 방향, 책임과 소통에 대한 두려움과 혼란을 느낀다.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보면 이처럼 상황이 언제나 이중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우리는 이 딜레마로 인해 늘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업무상 회의나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늘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답답한 상황이 반복되기도 한다.

움베르트 마투라나는 “당신은 당신 자신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없다”라고 했는데 이 말은 딜레마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존재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자신과 너무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우리에게는 ‘내 자신이 서 있는 모습’을 보아줄 누군가가 서로에게 필요하다. 그래야 각자가 알고 있는 ‘믿음’을 내려놓고 더 큰 전체를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부터 온라인학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러 가지 어려움과 교육에 대한 중요한 질문들이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개선해가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하고도 진정한 문제는 ‘참여와 소통의 방법과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상황에 이중성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각자가 ‘아는 것’을 보류하며 함께 참여하고 소통할 때, 두려움과 호기심은 공동의 지혜와 협력의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 진정한 새로움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

<조춘애 광명고 교사>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