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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여학생 ㄱ은 같은 학교의 ㄴ이 페이스북에 자신을 태그하고 자신에 대한 비방글을 적은 것을 보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 몇몇이 댓글로 동조하는 글을 쓰는 것을 보았다. 그 글을 본 친한 친구 ㄷ은 ㄱ에게 위로하는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비방글과 댓글을 적는 아이들을 말리지 않았다. ㄷ은 자신도 같은 일을 당할까봐 겁이 났다. ㄱ은 억울하고 속상했고 무서웠다. 그러나 부모님이나 선생님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냥 참고 자신의 계정을 삭제했다. ㄴ은 이후 다른 친구에게도 비슷한 행동을 했다. ㄱ은 왜 주변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을까?

2016년 NIA한국정보화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사이버 학교폭력 피해학생 36.8%는 복수를 생각했고, 25.2%는 자살·자해 등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 많은 피해학생은 그냥 참고 지내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알려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폭력을 목격한 사람 중 70%가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은 들었지만 적극 말리지는 않았다.

가해한 학생들은 단순 재미 또는 장난으로 한 것이기에 자신들의 행위가 폭력이고 잘못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거나 후회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2015년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초·중·고 학생 17.2%가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이 있었으며, 17.5%가 사이버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_ 김상민 기자

사이버폭력은 잘 보이지 않는, 가장 무서운 학교폭력이다. 가장 무서운 이유는 10대들의 가장 큰 고민인 또래 관계 맺기에 대한 불안이 현실화되는 것이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은 교류를 하는 그들이 교류채널에서 위축되기에 이후 또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트라우마로 남기 때문이다.

또 다른 ㄱ학생을 예방하기 위해 원인을 살피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청소년이 있는 학교나 공동체가 서로 존중하고 안전한 문화에 바탕을 둬야 한다.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수업에서부터 전반적 생활문화가 협력하고 존중하는 분위기 속에 차이를 인정하고, 자신의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된 공격성을 절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단순 장난과 시기나 미움에 의한 행위와 폭력행위를 분별할 줄 아는 정보윤리교육과 규범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시민성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피해자가 경험하는 고통은 당사자만이 안다. 피해학생이 복수를 가장 많이 생각한 것처럼 이후 폭력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피해학생이 버티는 힘을 기르게 돕기 위해서 그 고통을 공감하고 돌보는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방관하는 자들도 가해를 부추기는 것이다. 피해자인데 오히려 위축되어 혼자 속앓이를 할 피해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돌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스콧 펙은 진심으로 들어주고 다른 사람에게 온전하게 집중하는 것은 언제나 사랑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우리 친구, 우리 아이, 우리 학생의 이야기를 눈을 맞추어 시간을 들여 들어주는 것, 일상적인 경청이 언제나 믿을 사람이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 한 명 있었다면 우리 주변의 ㄱ은 그냥 참지 않고 당당하게 폭력에 대해 중단을 요구할 용기를 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사이버폭력 피해를 입고 있거나, 그런 것을 목격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주변에 알리고,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자.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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