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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9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대입제도 개선이나 사교육 비용 감소 등 가시적 정책에 집중되어 있다. 대학입시가 일생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사교육비 경감이나 합리적인 대입제도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취업 문제를 내버려 둔 채 입시 정책만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입 문제는 좋은 일자리가 적은 데서 촉발됐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들이 교육 문제에서 낮은 성적표를 받은 이유는 실업이나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 취업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수정하지 못한 채 입시제도 개편에 매달린 탓이 크다. 여기에는 청소년기의 치열한 경쟁은 문제가 되지만 어른이 겪는 취업 경쟁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가치관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나 성인의 경쟁은 당연하다는 생각으로는 교육 문제를 완화시키기 어렵다. ‘사교육 없이 명문대를 갈 수 있다’가 아닌,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비명문대나 비인기 전공 출신자라도 좋은 직장 취업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필요한 때이다.

좋은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지방대 나와도 대기업 갈 수 있다’는 식의 공약은 소수의 성공으로 보편적 문제를 호도할 뿐이다. 청소년이 겪는 입시 경쟁 못지않게 심각한 사회적 비효율은 스펙 쌓기, 공무원 시험 광풍 등으로 표현하는 청년층의 취업 경쟁이다. 이로 인해 온갖 종류의 취업 관련 학원들이 성시를 이룬다. 극심한 취업 경쟁이라는 예상되는 결과는 과열 입시라는 원인을 심화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청소년기에 교육 기회를 공평하게 줬으니 성인인 20대의 경쟁은 당연하다는 논리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많은 수험생들이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이유는 의사 면허만 있으면 먹고살 수 있을 거라는 기대치에 있다. 과열된 입시를 식히려면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해 취업시장의 안정성이라는 결과를 확보함으로써 원인을 통제해야 한다.

평범한 학생이 큰 문제 없이 학교를 다닌 후 고등학교만 졸업하거나, 비명문대를 졸업해도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확률이 높아질수록 명문대 입학 중심의 경쟁적인 입시 분위기는 완화된다. 투자 대비 기대 이익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육이 기회의 평등이자 동등한 출발의 보장이라고 한다면 출발 이후 1차 베이스캠프는 취업 성공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둡다. 취업 희망자 다수의 고용을 책임져야 할 중소기업은 대부분 급여와 복지 수준이 낮고 근무시간이나 환경 역시 열악하다. 서비스업이나 문화 관련 산업은 양적으로 급팽창함에도 고용의 질은 엉망인데, 최저시급 문제나 초과근무 등 근무환경 문제가 이쪽 분야에서 특히 심각하다. 최근 대기업 산하 방송사 촬영 현장의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을 비판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PD는 대기업이나 금융기관, 공기업, 외국계 등 명문대 출신들의 카르텔에서 제외된 노동현장이 얼마나 열악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졸업 이후 자신이 꿈을 펼칠 곳이 지옥이라면, 차라리 입시가 지옥인 게 낫다. 자식을 위해 학원 설명회를 뛰어다니는 부모 다수는 자식이 명문대 나와 성공하는 것까지 바라지 않는다. 대기업 등 안정적인 일자리 안으로 들어가 편하게 살 수 있기를 갈구할 뿐이다.

교육과 취업의 연결은 사회구조의 본질적 측면인 만큼 해결에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기도 어렵다. 그러나 방향은 뚜렷해야 한다. 대충 공부해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나라, 그 길로 가야 과열 입시 경쟁이라는 문제는 해결된다.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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