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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이 교육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권력을 추구하는 존재가 그 사용법을 사전에 알리는 것이 공약이라면, 교육 분야 역시 밑그림 제시는 당연하다. 그런데 교육정책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부족해 부작용이 우려된다.
첫째, 입시제도의 퇴행적 변화이다. 학생부 종합전형 등 수시전형의 전면 개선과 비중 축소, 정시전형 확대정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현장의 불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나 한계는 명확하다. 많은 국민들이 객관식 평가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수시전형이 복잡한 데다 평가의 공정성 시비가 있다는 데 기인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고 획일적인 서열화를 조장하는 객관식 평가로 퇴행할 수는 없다. 최근 조사에서도 밝혀진 것처럼 서울 지역 주요 사립대학 수시전형 합격생들은 평균 학점이 높고 학업 중단 비율도 낮았으며 지역 차이도 작았다. 수시는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고 인성과 개성 등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할 수 있는 전형이자 대학과 고교가 동시에 만족하는 합리적인 입시제도이다. 객관식 평가가 공정하다는 환상은 깨진 지 오래다. 정시전형을 확대하면 서울대 등 명문대 합격생의 특정 고교나 지역 쏠림 현상은 훨씬 심해질 것이다. 평가의 공정성 역시 수시가 낮다고 보기 어렵다. 수시에서 중요한 학교생활의 성실성이나 가치관, 개성, 표현력, 사회적 리더십은 인간의 포괄적 가치와 잠재력을 진단하는 지표인 데 반해, 객관식 문항은 채점만 객관적일 뿐 이해력과 사고력 중심의 부분적인 평가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객관식 문제를 푸는 과정은 공정해 보이나, 문제 하나를 푸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격차로 인해 엄청난 결과적 불평등이 현실화될 것이다. 수시전형의 복잡성 문제는 개선 중이며 다양성에 기초한 인재 선발을 위해 불가피한 면이 있는 만큼 전형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로 극복할 수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교육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둘째,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 등 자극적인 정책의 남용이다. 외고 등 특목고가 목표를 상실한 채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의미가 있으나 이들은 상당 기간 공동체 내에서 학생 교육을 담당한 교육주체이다. 해당 학교의 기여도나 재학생들의 높은 만족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형평성에 위반된다는 이유만으로 강제 폐지를 시도한다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지출할 것이다. 자사고의 경우 인기가 하락해 현행법상으로도 상당수가 일반고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인위적인 자극보다 시장 원리에 맡기는 편이 낫다. 외고의 경우 설립 목적에 맞는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방향의 개선이 필요하겠으나, 결과적으로 해당 학교 졸업생이 명문대에 몰린다고 대안 없이 폐지를 시도한다면 우수 인재를 교육할 방법은 더욱 줄어든다. 특목고 폐지보다 인문계고나 마이스터고 교육의 질 향상이 훨씬 중요한 과제이다. 높은 비용을 치르면서 특목고를 선택하는 이유는 지불 비용에 상응한 교육 수준에 대한 기대이며 이를 동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도 충족할 수 있다면 합리적인 대체가 일어날 것이다. 실업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마이스터고에 대한 투자를 향상시켜 취업과 창업의 기지로 만들어 대학 입학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도를 줄이는 것 또한 근본적인 접근법이 될 것이다. 보편교육의 질 향상을 고민하고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을 정밀하게 계획하지 않은 상태에서 ‘폐지’라는 자극적인 용어를 남발한다면, 이후 불어닥칠 갈등과 분열은 모두 정부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정주현 |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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