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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지 못한다. 남에 대한 악의 섞인 말은 더욱 그렇다. 한 사람이 남에 대한 말을 할 때, 그 말을 하는 자신과 말을 듣는 사람, 그 말의 대상에게 다 피해를 준다.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어릴 때 가정과 학교에서 이런 도덕적인 언행에 대해 배우며 자랐고 부모나 교사로서 현재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이야기다. 하지만 학교 밖이나 안에서 말로 한 사람을 파괴하고 상처 주는 일은 너무 흔하다. “이거 내가 들은 말인데”라며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말이 한 사람 건너 전해지는 순간 그 말은 한 사람을 마녀사냥하는 도구가 된다.
한 보육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신고돼 해당 학부모와 교사가 대화해 사과를 하고 오해를 푼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후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인터넷 카페에 아동학대한 교사라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면서 교사의 신상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됐다. 해당 교사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직접적으로 모욕적인 일도 겪었다고 한다. 문제가 있으면 당사자들이 적절한 절차를 밟아서 사실관계를 충분히 조사하고 처리하면 될 일이다. 전후 맥락을 생략한 일방적인 시각의 자극적인 글이 인터넷에 오르면 사안의 본질은 사라지고 가십거리만 남는다. 한 개인에 대한 비방과 인권침해가 난무한다. 가장 실망스럽고 놀라운 건 특정인의 인격을 무참히 파괴하는 글과 댓글이 달려도 미성년이 아닌 성인들이 있는 그 공간에서 그 상황이 정당한지에 대해 다수가 침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의 헤나라는 십대 소녀는 학생들이 만든 소문으로 시작된 괴롭힘과 폭력을 당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아무도 소문의 진실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고 헤나에게 공감하고 그녀의 편이 되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학교에서 전해들은 말로 특정 학생에 대해 비방하고 저격하는 사이버 불링이 일어난다. 설령 내용이 사실일지라도 당사자 간 해결할 일을 공개적인 모욕을 주기 위해 소문을 퍼뜨리는 행위는 폭력이다. 이럴 때 교사는 가해학생을 불러 일단 가르친다.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이 느꼈을 불안과 상처에 대해 직면하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 반성하게 한다. 학생이라도 책임져야 할 것은 책임을 져야 한다. 미안함, 부끄러움을 느끼는 학생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있다. 그래도 교사는 계속 학생들이 깨칠 수 있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악의적인 설화에 휩싸인 사람이 겪었을 고통은 감히 상상하기 힘들다. “별일 아닌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라는 주변 반응을 접하기도 한다. 자신이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당사자는 발이 닿지 않는 늪에 빠진 것같이 모든 사람이 자신을 욕하는 것 같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일일이 이해를 구해야 하는 절박함과 불안을 느낀다.
다신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충분한 정보 없이 쉽게 재단하고 공분하는 문화에서 피해자는 늘 생긴다. 성인들도 이럴진대 학생들에게 떳떳할 수 있을까. 균형 잡힌 시각으로 판단하는 엄밀함과 역지사지로 생각하는 인권감수성이 절실하다. 또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아동복지법이 교사의 흠결을 찾아 공격하는 데 악용되는 현실에서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에 대한 돌아봄이 필요하다. 학부모와 교사는 자녀와 학생의 성장을 돕는 협업 관계이지 적대 관계가 아니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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