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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입 수시전형에서 서울권 모 여대 인기 학과의 학생부교과전형 합격선이 내신 1.4등급이었는데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 중 내신 3등급 후반대의 학생이 있었다. 학교 내신 등급에 익숙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35명 한 학급을 기준으로 한 등수로 변환하자면 학생부 교과전형으로는 1등이 어렵게 합격하는 학과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10~12등 내외의 학생도 합격했다는 의미다. 이 결과를 두고 3등급대의 학생이 일반고 출신이 아닌 자사고나 특목고의 학생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확인해 보니 경기도의 평범한 일반계 고교의 학생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요즘 입시에서는 이런 사례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런 결과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방의 한 유명 사립대 언론관계 학과에 내신 6등급의 학생이 합격하고, 상위권 명문대 경영학과에 산골마을 고등학교의 3등급 중반의 학생이 합격했다. 이때도 이 학생들의 출신 고등학교가 화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 입시 사이트들에서는 특별한 환경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나돌기도 했지만 역시 모두 억측이었다.

최근 들어 지방의 신흥 명문고들이 뜨고 있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수능이 대세를 이루던 때에는 각 지역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싹쓸이했던 지역의 전통 명문고들이 입시에서 탁월한 결과를 만들었지만 요즘은 변변한 사교육 기관도 없는 평범한 변두리 학교들에서 깜짝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만, 과거 명문고들은 서울대의 합격자로 명문대라는 이름을 차지했지만 요즘의 지역 명문고는 중상위 대학에 합격하는 학생들의 비율을 비약적으로 높여서 신흥 강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이런 성공사례라고 해도 절대 숫자로 따지면 서울 강남지역이나 자사고, 특목고들의 합격자 수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함께 노력해서 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니 그 내용적인 가치로는 오히려 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지역들에서는 그동안 천수답식 입시를 치러 왔다고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하늘이 비를 내려주기만을 바라는 농사처럼 특별한 두뇌를 갖고 있는 인재가 태어나거나, 외지에서 유입된 공부 잘하는 학생이 있어야 입시 결과가 좋아진다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걸출한 인적자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선생님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직접 이끌어 낼 수 있기에 더 이상은 천수답 방식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다수다.

어제부터 2018학년도 수시원서 접수가 시작되었다. 지난 주말에는 각 학교마다 고3 담임선생님들은 물론이고 진로지도와 관계있는 선생님들은 모두 출근해서 마치 평일처럼 북적거렸다. 막무가내로 상향지원을 하겠다는 제자를 설득하고, 적성이나 평소의 진로 방향에 맞춘 진학지도를 하느라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휴일은 반납된 지 오래다. 어떤 언론은 지난여름 이후 원서 접수를 앞두고 휴일에도 학교에 몰려와 하루 종일 진을 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다지 달갑지는 않다는 기사를 출고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 문제 있는 모습도 보이지만 대다수는 평범하게 노력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모습이니 아낌없이 박수를 쳐줘도 좋을 것 같다. 모든 입시생들과 선생님들의 건투를 빈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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