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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31일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절대평가 확대를 골자로 한 수능 개편안은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은 현행 체제에서 수능을 치르고, 개편된 수능은 중학교 2학년이 응시하는 2022학년도부터 적용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수능 개편을 유예하고, 내년 8월까지 대입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이다. 교육부는 졸속적인 수능 개편안 발표로 학교 현장의 혼란과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 계획을 1년 유예한다고 발표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교육부는 지난 10일 수능 개편안으로 영어와 한국사에 더해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 등 4개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1안,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2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2개 안에 대해 “어느 쪽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양비론이 비등했다. 1안은 국어·수학·탐구 등 상대평가 과목으로의 쏠림과 사교육 풍선효과를 막을 수 없고, 2안은 수능 변별력 약화에 따른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4차례의 권역별 공청회에서도 “제3의 수정안을 마련하거나 수능 개편을 미뤄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교육부는 “더 이상의 절충안은 없다”며 양자택일을 강요했다. 게다가 수능 개편안은 수학의 가·나형을 남겨두면서 문·이과 통합이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마저 퇴색시켰다. 고교 체제 개편과 내신 성취평가제, 고교학점제 추진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몸통인 교육과정에 맞춰 꼬리인 수능이 바뀌는 게 아니라 수능이 교육과정을 뒤흔들 수 있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교육부는 대입제도 개선이란 큰 그림을 제시한 뒤 수능 개편안을 내놓았어야 했다. 특히 불공정·깜깜이·금수저 전형으로 비판받는 학종에 대한 개선책 없이 수능만 절대평가하겠다는 것은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항생제만 투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학종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려면 학생부에서 경시대회와 소논문, 자격증·인증 기재란을 없애고, 교과영역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도 교육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아무리 취지가 좋은 정책이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교육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땜질식 개편이 아닌 교육개혁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근본적인 대입제도 개선안 마련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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