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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이 깨져서 한쪽이 우월한 것을 의미하는 비대칭은 여러모로 활용되는 개념이다. 남북관계에서도 비대칭적인 군사력이 항상 문제였다. 전체적으로는 우리의 군사력이 우세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남한의 군사 대응에 비해서 북한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을 비대칭 전력이라고 한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수십만에 달한다는 북한의 특수부대가 비대칭 전력이었고, 수년 전부터는 핵과 생화학무기 등이 중요한 비대칭 전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전력은 유사시에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가장 첨예한 주제가 되고 있고 북·미 협상의 핵심이기도 하다.

비대칭은 군사력과 같은 거대 담론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정보의 비대칭은 우리 삶의 작은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대표적인 것이 교육 정보다.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갖고자 하지만 의미 있는 정보는 상대적으로 희소하기 때문에 정보를 일반 재화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자원이라고 한다. 비대칭인 정보를 확보하려면 비용을 많이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입시와 같은 교육 정보는 비용을 들여 구입해야 하는 고급 재화이고, 그것을 구입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비대칭적으로 유리한 것이 입시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이유다. 이렇게 입시 정보가 비대칭적이기 때문에 소위 교육특구라는 몇몇 지역들과 특목고·자사고가 득세할 수 있었다. 이들 지역이나 고등학교는 입시에 대한 여러 유형의 정보를 확보하고 활용하기 좋은 여건을 갖고 있기 때문에 큰 비용을 들여서라도 진입하면 비대칭 정보환경의 수혜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정보를 구입할 수 있는 교육특구에서도 또 다른 정보의 비대칭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런 지역이나 학교들에서 입시 정보의 또 다른 비대칭을 만든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수능에 대한 정보와 활용은 제한적으로라도 공유될 수 있지만 학종에 특화된 정보들은 전적으로 학생 개개인에 맞춘 개별화된 것들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유가 어렵다. 이 때문에 아주 소수만이 확보한 고급의 비싼 정보들로 인해서 비대칭의 수혜를 받는 지역과 학교 안에서 또 다른 비대칭의 차별이라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깜깜이 전형이라는 학종에 대한 비판이, 평범한 일반고 학부모들이나 대도시 변두리 또는 지방학교들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육특구지역이나 특목고, 자사고와 같은 곳에서 주로 주장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수능 입시에 대한 고급 정보와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서 많은 비용을 지불하여 어렵게 들여보낸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고액의 컨설팅을 받거나 논문에 편승하는 등 입시경쟁에서 앞서가는 다른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학부모들이 느꼈을 비대칭의 차별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이에 비해서 학종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그것을 위해서 투자할 여건도 되지 못하는 대다수 학부모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성취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으니 이 또한 비대칭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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