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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일본인에게 엘리트의 이미지는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일부 상장 대기업에 취직해, 출세 코스를 밟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환경이 급변하는 시대를 이끌어나가지는 못할 것이다. ‘올드 엘리트’라고 불러야 하는 그들을 대신해, 앞으로 일본의 미래를 짊어지는 것은 미래를 읽고, 0에서 1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 근무하면서, 아티스트로서 활동하는 사람’ ‘14살에 회사를 차린 사람’ 등이다.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엘리트를 나는 ‘뉴 엘리트’라고 부른다.”

<2019년의 논점>(문예춘추)에 실린 표트르 펠릭스 그라치웍즈 프로노이아그룹 대표의 ‘학력 사회에서 학습력 사회로’는 “미국의 패권이 흔들리고, 중국이 대두했으며, 러시아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등 세계는 지금 크게 움직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시대”에 일본은 국가나 기업이 너무 거대해서 시대의 변화에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우리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우리나 일본은 2018년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높은 자산가치를 인정받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등 상위 6대 정보기술(IT) 기업과는 거리가 멉니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며 부와 권력을 창출하는 이들 기업은 설립한 지가 20년 안팎에 지나지 않습니다.

표트르 펠릭스 그라치웍즈는 ‘뉴 엘리트’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뉴 엘리트’는 “자기 인식, 자기 표시가 가능”하며, “‘새롭게 배우는 일’(LEARN)과 ‘불필요한 신념을 없애는 일’(UNLEARN)을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어떤 속성을 가진 상대와도 경의를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사회공헌의식이 높고, 개인의 이름으로도 일하면서 행정과 민간이나 교육계를 오가면서 연대하는 힘을 갖추고, ‘해결하는 사고’가 가능합니다. 그는 올드 엘리트와 뉴 엘리트의 특징을 대비적으로 잘 정리했습니다(올드 엘리트=O, 뉴 엘리트=N).

성질: 탐욕(O) / 이타(N)

원하는 것: 지위(O) / 임팩트, 사회공헌(N)

행동: 계획주의(O) / 학습주의(N)

인간관계: 닫힘[차별](O) / 열림[커뮤니티 만들기](N)

사고방식: 룰을 지킨다(O) / 새로운 원칙을 만든다(N)

소비행동: 과시적 소비(O) / 미니멀리즘(N)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현직 기자인 로르 블로는 &lt;21세기 엘리트&gt;(인문결)에서 테크놀로지 폭주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우리 눈앞에서 진행되면서 “과거 시스템의 열쇠를 쥐고 있던 20세기 특권층의 상당수를 뒷전으로 물러나게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엘리트를 자처해 왔던 지식인들(최고 명문 학벌 출신, 학자, 정치인, 연구원, 금융인, 기업인 등)이 변화의 흐름 가장자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는 이어서 “새로운 세대는 그들의 전 세대가 갔던 길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의 방법으로 새로운 도구를 손에 쥐었다. 전 세대 엘리트와 같은 세계 출신도 아니다. 그들은 발명하고 혁신한다. 추상적 사고능력이 탁월한 젊은 세대는 극도로 높이 평가된 재원이 되었으며, 그들의 경제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부유한 신흥 엘리트의 출현을 알리고 있습니다.

로르 블로의 지적처럼 “웹은 이제 겨우 스무 살 남짓의 청소년”입니다. 이 청소년은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30년 뒤에는 휴머노이드(로봇)가 상용화될 것이라 예측됩니다. 지금의 10대는 그때 로봇과 경쟁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더욱 강력해지고 접근이 가능해진 기술들이 벌써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건비 때문에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했던 아디다스는 독일로 돌아가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으로 50만켤레의 신발을 10명이 생산합니다. 이전에는 600명으로 가능했던 일입니다. 햄버거집, 소매점, 퀵서비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등에 설치하는 키오스크(무인 주문 계산기)만 해도 일자리를 엄청나게 줄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술은 노동자의 인력 감축을 수반합니다.

로르 블로는 프랑스 경영대학원의 학자인 로랑 마뤼아니의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엘리트는 유형에 따라 사냥꾼, 사육인, 목동 이렇게 세 종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엘리트는 그들에게 맡겨진 조직을 보존하는 목동이라고 할 수 있죠. 대단한 사람들은 사육자예요. 그들은 자신들이 키우는 가축을 살찌우는 데 최적화된 달인들이죠. 그런데 새로운 엘리트들은 바로 사냥꾼이에요. 그들은 숨어서 기회를 엿보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엘리트의 조건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은 익혀야만 합니다.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하고, 협력하여 함께 창출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새로운 부를 생산할 수 있는 시대”이니까요. 하지만 새로운 엘리트를 배출하려면 “똑같이 규격화된 엘리트의 양산”부터 하루빨리 멈추고 협동, 공유, 창의력과 수행력을 바탕으로 한 문자 독해력(리터러시)부터 키우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새 시대에 맞는 교육의 가치와 방법론을 정해야 할 터인데 대학입시마저 여론조사로 결정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으니까요. 이제 살 방도는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현존의 학교교육을 포기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격한 방법까지 도입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미래는 없을지도 모르는, 스스로의 학습력이 중시되는 세상을 우리는 건너가고 있습니다.

<한기호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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