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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기자 hjlee@kyunghyang.com

ㆍ“나만 옳다 주장한 탓”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당시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대표는 “17대 총선 승리를 기반으로 2008년에는 제1야당, 2012년에는 대망의 집권을 이룰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배포가 너무 컸다. 불과 4년이 지난 18대 총선에서 지지율은 5.7%로 주저앉았고, 원내 진입도 5석으로 반토막이 났다. 진보신당은 원내 진출에도 실패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는 “소통 부실이 진보 위기의 중요한 배경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보기에는 진보 진영도 귀를 꽉 막고 자기 주장을 펼치는 데만 열심이고, 국민들을 대변하기보다 자신들의 철학과 이념 관철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비쳤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지금까지 국민과 대중에게 진보정당의 존재와 이념, 가치관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국민과의 소통을 통한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 기반화, 즉 대안세력으로 인정받는 것은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 진성당원의 숫자는 민주노동당이 2007년 10만명을 돌파한 이후 분당을 거치며 6만5000명대로 주저앉았고, 진보신당 역시 1만5000명 수준이다.


지식인들은 진보정당이 이런 성적을 벗어나기 위해 대중적이고 근본적인 소통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균관대 박승희 교수는 “진보정당이 ‘네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지나치게 도식적인 선명성 논쟁에 집중하다보니 시민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고 있다”면서 “과격한 말이 아닌 대안 중심의 이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는 “우선 정당과 운동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당의 큰 목표 중 하나가 집권이고 집권을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의 진보정당은 그 경계가 명확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명성을 유지하려면 대중적 기반이 좁아지는 한계가 있다”면서 “우선 살아남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유연한 대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인식에 대한 고민은 진보정당 내부에서도 깊다. 우 대변인은 “대안세력으로 인정받고, 집권 능력을 인정받는 데 있어 핵심은 소통이고,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전국적 범위에서 지지를 받는 변곡점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대중적 언어가 아닌 운동권의 언어를 사용해왔고,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데는 익숙했지만 쌍방향 소통으로 상대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데는 소홀해 고립을 자초했다”면서 “보다 더 대중적 언어로, 생활밀착형의 작은 담론으로 옮겨갈 수 있는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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