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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ㆍ진보의 아킬레스건?


‘진보=친북’인가. 그러므로 ‘친북’은 진보의 아킬레스 건인가.


경향신문이 지식인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친북적 태도’는 소통을 위해 진보 진영이 버려야 할 문제점 중 두 번째로 꼽혔다.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많은 우파들은 친북 논리에 가장 큰 자극을 받는다”며 “일부 진보 지식인들은 김정일 말이라면 무조건 받드는 사람들, 대한민국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수 학자는 “다 양보해도 친북은 양보가 안된다. 시민을 굶어죽이는 나라를 지지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 정권이 금강산 관광객 피격,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을 감행하면서 한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호감은 낮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 ‘북한을 대화 파트너로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22.2%에 불과했다. 이는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최저다.

허현준 시대정신 사무국장은 “북한 주민들이 굶어죽는 문제에 대해 왜 민주주의와 인권의 측면에서 보지 않는가”라면서 “진보 진영은 북한 문제를 기능주의적으로만 보거나 ‘민족’이라는 혈통 개념에서만 접근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말 ‘진보=친북’일까. 사실 북한에 대한 진보 진영의 시선은 다양하다. 지난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 사태도 ‘종북주의’ 청산을 둘러싼 당내 분란 때문이었다. 분당 당시 심상정 민노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몇 가지 편향적 친북행위에 대해 재평가하고 책임을 물어 부정적 의미의 친북 이미지와 단절하겠다는 것이 소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허현준 사무국장은 “종북주의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1990년대 중반까지 NL 그룹의 압도적 다수가 주사파였지만, 현재는 일부 잔존 세력일 뿐”이라면서 “다만 국제적 보편 기준보다 지나치게 북한 주장을 우선시하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내가 데려온 탈북자가 100명이다. 그럼 나는 우파인가”라고 되물은 뒤 “북이라는 표집은 표지가 될 수 없으며, 친북·반북으로 나누는 것은 유치원 애들도 기분 나빠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북한 추종이 아닌, 남북화해 노력을 친북으로 딱지 붙이는 경우도 있는 점으로 고려할 때, 진보의 가장 큰 문제가 친북인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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