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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근형·이호준기자 ssun@kyunghyang.com


ㆍ주최측 입맛대로 ‘찬성’만 있는 요식행사 전락

#1 국토해양부는 지난 5월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공청회’를 열었다. 하지만 정부는 공청회 자료를 미리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날 토론자로 초청된 전문가들에게조차 자료를 사전에 배포하지 않았다. 당시 토론자로 참석한 박창근 관동대 교수는 “토론이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리 자료를 배포해 자료를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날 공청회는 매우 형식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2 한나라당은 지난 1월 국회도서관에서 ‘디지털 방통융합시대의 미디어산업 활성화’를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미디어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을 수렴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공청회는 찬성 발언 위주로 진행되었다. 당내에서조차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3 참여연대는 지난 16일 서울 느티나무홀에서 ‘광장을 열어라-서울광장 조례개정의 헌법적 근거와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그러나 사회자부터 토론자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참석자들은 서울광장을 개방하지 않고 있는 정부와 서울시를 일방적으로 비판했다. 집회나 시위를 목적으로 서울광장을 개방할 경우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식의 반대쪽 의견은 찾기 힘들었다.



‘공청회’(公聽會)의 사전적 정의는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거나 사회 일반에 영향력이 큰 안건을 심의하기 전에 국회나 행정 기관이 학자·경험자 또는 이해관계자를 참석하게 하여 의견을 듣는 공개 회의’이다. ‘토론회’(討論會)의 의미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양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논의하는 집단 토의방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최되는 공청회나 토론회 중 상당수는 주최 측의 입맛에 맞게 선정된 패널들이 나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종료되는 ‘그들만의 행사’이다. 처음부터 상대방의 의견은 들을 가치가 없다는 판단하에 결론이 미리 정해진 각본에 의해 공청회·토론회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요식행위로 전락한 공청회와 토론회가 소통에 기여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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