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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백승찬·사진 정지윤기자


ㆍ“편가르기식 방송토론 문화 소통 관점에선 폐해일 수도


12년간 KBS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지난해 물러난 정관용씨는 “현재 방송 토론은 찬반의 평행선을 달리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토론 문화, 소통 문화의 관점에서 보면 폐해일 수도 있다”며 “방송 토론의 형식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송 토론은 토론이 아니라 정치 선전의 공간’이라고 주장했다. 왜 그런가.

“보통 토론은 서로 마주 앉은 사람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 토론에 나온 6명은 서로를 향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자기를 지켜볼 국민에게 말한다. 방송 토론은 보여주기 위한 토론이다. 따라서 방송 토론을 토론의 대표 자리에서 지워야 한다. 방송 토론이라는 공간 자체가 사회적 쟁점에 대해 찬반의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자기의 의견을 개진하고, 상대의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여론의 1%라도 자기 편으로 끌어오려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 방송 토론은 협상, 절충의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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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방송 토론 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방송 토론에서 매일 싸우기만 하고 결론이 없다는 비판이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방송 토론은 절충을 해 결론을 내는 자리가 아니기에, 애초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을 기대하고 비판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방송 토론의 1차 기능은 무엇인가. 방송 토론은 가장 많은 정보를 일반 국민에게 한꺼번에 전해주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쟁점, 배경, 전개과정 등을 2~3시간 동안 설명한다.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방송 토론밖에 없다.”


-양극단에 있는 사람을 패널로 선정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가운데 있는 사람은 나오기 힘들다. 양쪽에서도 주장을 선명히 해온 사람이 나온다. 3 대 3으로 섭외한다고 했을 때, 이 사람들은 자기말고 누가 나오는지에도 신경을 쓴다. 그중 1명이라도 절충적인 주장을 하면 2 대 4가 되는 것처럼 보여 방송사가 편파적으로 섭외했다는 말이 나온다. 너무 극단적인 사람은 부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편파 섭외 부담을 덜기 위해 선명한 주장을 펴는 사람을 섭외하는 건 사실이다.”


-텔레비전 토론은 시청률에 영향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상황이 뜨거울수록 시청률도 높다. 연사도 영향을 미친다. 아이러니하지만, 토론에서 매일 싸워서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싸울수록 더 본다.”


-꼭 편을 가르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가.

“방송 토론의 형식은 다양해져야 한다. 지상파 방송 3사가 공히 찬반 형식의 토론을 한다. 이 방식이 방송사 입장에서는 제일 편하다.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기 제일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찬반 토론보다는 사회자와 1 대 1로 마주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일본은 찬반의 연사와 중립적인 평론가가 함께 나온다. KBS에서 전문가 없이 국민들의 의견을 받아 토론하는 실험을 한 적도 있다. 지금 같은 찬반 형식 토론에서는 정치인,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이 끼어들기 힘들다. 방송사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이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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