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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년 친형 로이 디즈니의 투자를 밑천으로 다시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든 월트 디즈니는 당시로서는 최신기술인 ‘토키’(talky·유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를 상영한다. 자신이 성장했던 미시시피강의 증기선을 아이디어로 뱃사람 ‘미키마우스’와 그의 여자친구 ‘미니마우스’를 처음으로 등장시켰던 작품이다. 성우비용조차 아끼기 위해 20대였던 자신의 목소리로 미키마우스의 허밍과 노래, 대사 등을 녹음했고, 제작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키마우스의 몸을 선으로 약화시켜 그린 프로젝트였다.

월트 디즈니는 이미 <토끼 오스왈드>라는 단편시리즈로 신생 제작사치고는 좋은 시작을 보여주었으나, 미국 전역의 배급을 대행한 대형 영화사와의 계약실수로 작품과 캐릭터 저작권을 모두 양도할 수밖에 없는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철저한 저작권관리를 다짐하며 시작한 프로젝트가 <증기선 윌리>였다. 당시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던 동물인 쥐를 역설적으로 귀엽게 디자인하고, 이름도 처음엔 <몰티모 마우스>였던 것을 쉽게 발음되고 기억되는 단어로 조정하여 <미키마우스>로 수정하며, 이후 초기 월트디즈니사의 중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모든 주인공을 미키마우스에 집중하게 된다. 미키마우스가 주인공이 된 일명 ‘MM시리즈’는 미국뿐만 아니라 나치즘과 파시즘에 숨죽이던 유럽의 어린이들에게도 기쁨과 희망의 상징이 되었으며,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를 모병하는 포스터의 모델로까지 등장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미키마우스는 아메리칸드림과 팍스아메리카나의 상징으로 떠올랐으며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상징하는 강력한 브랜드가 되었다.

1966년 거의 국민장 규모로 전 미국인의 애도 속에 진행된 월트 디즈니의 장례 이후, 회사캐릭터로서 막대한 수익을 보장하던 미키마우스는 당시 저작권법 기준(출시시점부터 56년간 저작권보호)으로 1984년에 저작권이 소멸될 상황이었다. 1976년 미국의회는 이와 같은 상황의 문제의식을 직시하고, 저작권보호 제도를 재검토하여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을 2003년까지 연장한다. 미국의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시 1998년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법안인 일명 ‘소니 보노법(Copyright Term Extension Act)’을 제정, 저작권보호기간을 저자 사후 70년으로 연장하며, 법인저자의 경우 발행 후 95년 또는 제작 후 120년 중 짧은 사례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해 미키마우스의 저작권을 2023년까지 보호받을 수 있게 조치했다. 아마도 2020년쯤이 되면 미국의회의 또 다른 법안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게 만드는 역사의 기록들이다.

<개구쟁이 스머프>도 탄생 60주년을 맞았다. ‘스머프’의 원작자는 벨기에 출신 만화가 피에르 컬리포드(필명 ‘페요(Peyo)’)인데, 실제 연재만화 ‘요한과 피위’ 시리즈에 잠시 등장했던 조연 캐릭터였다. 이후 여러 가지 유사한 캐릭터로 개발 분화되면서 집단화되었고, 인기에 힘입어 단독 시리즈로 제작된다. 악당 마법사 가가멜의 나쁜 요술과 이에 대응하는 마을의 지도자 파파 스머프의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리더십, 똘똘이 스머프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지적인 고뇌의 가벼운 개그가 인종과 성별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어린이들에게 함께 사는 세상을 보여준 작품이다. 실제 국내에 수입될 당시, 한 국가기관으로부터 공산주의를 어린이들에게 교육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어 수입이 지체되었다가 미국대사관의 입김으로 허가되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아직까지 전설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세대를 뛰어넘는 장수캐릭터는 국가의 문화자산으로 다양한 캐릭터 비즈니스의 자원이 되고 있으며 국가브랜드 및 국격을 재생산하는 젊고 긍정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1조원 이상의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키덜트산업의 신사업까지 고려한다면 장수캐릭터의 관리와 끊임없는 스토리라인의 재생산은 더욱 필수적이다. 어린이들의 대표캐릭터였던 ‘아기공룡 둘리’가 대리운전 브랜드로 사용되고, 동남아시아에서 인기있는 ‘빼꼼’이 중국 캐릭터가 되어 보기도 힘들어지는 상황이 재연되지 않도록 국산 캐릭터의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보호와 육성이 절실하다.

<한창완 세종대 교수 만화애니메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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