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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은 황교안 대표의 단식 이후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반등했다고 보도했으나, 사실은 그 직전에 잠깐 빠졌던 2~3%포인트를 다시 회복했을 뿐이다. 6개월 전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5월 말에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2%였는데 며칠 전인 11월 말 지지율은 23%로 6개월 동안 딱 1%포인트 올랐을 뿐이다(이하 갤럽 자료 기준). 중간에 많이 올랐다가 떨어진 것도 아니다. 소위 ‘조국사태’가 정점으로 달려가던 10월 중순에 27%를 찍은 것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이었다. 자유한국당에 가장 유리한 판국에서도 민주당 지지층 2~3%를 빼앗아 오는 것에 그쳤고, 이들은 한 달 만에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갔다.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왜 오르지 않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두 가지 요인의 결합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 국정농단과 탄핵을 거치면서 많은 국민들에게 자유한국당은 아예 선택지에서 제외되었다. 정치적 시민권을 박탈당한 것이다. 거대 보수정당이 이런 처지에 놓였다는 것은 이 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암울한 현실이다. 둘째, 이런 현실을 타개하려면 자유한국당은 앞장서서 보수의 혁신을 해나가야 할 텐데,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답이 없다보니 자꾸만 태극기부대를 곁눈질하면서 퇴행한다. 특히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시대착오적이다. 황 대표는 원외이자 당내 세력 부재의 한계를 절실히 느낄 것이다. 결국 그의 선택은 장외투쟁으로 일관하는 것인데, 그가 당 대표로 재임한 10개월 동안 국민들이 기억하는 것이라곤 장외투쟁밖에 없을 정도이다. 제1야당의 대표로서 정치력을 발휘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보이지 못했다. 나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표 1년간 오직 투쟁 일변도의 선택만 해왔다. 그의 선택을 보다보면 15년 전 4대 개혁입법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데자뷔가 겹친다. 강경투쟁과 종북좌파 몰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비슷하다. 그러나 그때와는 결정적인 차이가 몇 가지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내부 분열과 투쟁이 심각했으나 지금의 민주당은 너무 안 싸워서 문제다. 당시에는 과거사법, 사학법, 언론법 등 사안별로 각당과 계파가 조금씩 입장이 달라서 여당은 여러 개의 전선을 동시에 막기가 어려웠으나, 지금은 선거법과 공수처법으로 전선이 단순하다. 여당으로서는 비교적 수비하기가 쉽다는 뜻이다. 게다가 그 당시 박근혜 대표는 지금의 나 원내대표가 가지지 못한 ‘아빠 찬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뭘 해도 무조건 지지해주는 세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그때와 같은 전략은 상당히 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다.

사실 지지율이 변하지 않는 것은 다른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6개월 전 민주당 지지율은 39%, 엊그제 지지율은 38%이다. 조국사태로 민심 이반이 가장 심각했을 때 36%까지 내려간 것이 전부이고 금방 회복되었다. 11월 마지막 주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8%, 자유한국당 23%, 무당층 24%, 나머지 정당 모두 합쳐 15% 남짓이고, 이것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패턴이다. 자유한국당의 반대쪽 끝에 서있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더 이상의 합의정치적 선택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 패턴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36%를 지켰으니 마지노선을 확인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공연히 중도적인 모습을 보였다가 지지층 이탈만 불러올 것을 걱정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당장 기댈 데가 태극기부대 밖에 없어서, 민주당은 지지층 이탈이 걱정돼서 각각 자신들의 영역에 머문다. 그러는 사이 민생은 엉망이 된다. 아마도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199개 법안 필리버스터에 공감할 국민이 몇이나 될까. ‘민식이법’ 원포인트 국회도 성사시키지 못하는 여당의 정치력에 점수를 줄 국민이 몇이나 될까. 여야가 합의한 데이터 3법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국회가 성장을 얘기하고 민생을 얘기할 때 공감해줄 국민이 몇이나 될까. 24%의 무당층은 갈수록 더 실망하고 불신을 쌓아간다.

정확히 4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새누리당이 여당이고 20대 총선을 5개월 앞둔 2015년 11월 마지막 주 자료이다. 지지율은 새누리당 40%, 새정치민주연합 23%, 무당층 30%이다. 여야가 바뀌었을 뿐 지지율은 지금과 판박이처럼 똑같다. 총선 결과는 어찌 되었나.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이다. 그 당시 민주당은 대선에서 박근혜를 도왔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하는 등 파격적인 혁신으로 지지율 격차를 뒤집었다. 지금 양당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38%이든, 23%이든 지금 가진 것은 총선에서는 의미가 없다. 마침 보수정권과 진보정권 창출에 모두 기여한 경험이 있는 김종인 이사장은 이번에 중도 빅텐트를 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진보, 중도, 보수 중 누가 혁신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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