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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에 박힌 화살이 꼬리를 흔들고 있다
찬 두부 속을 파고 들어가는 뜨거운 미꾸라지처럼
머리통을 과녁판에 묻고 온몸을 흔들고 있다
여전히 멈추지 않은 속도로 나무판 두께를 밀고 있다
과녁을 뚫고 날아가려고 꼬리가 몸통을 밀고 있다
더 나아가지 않는 속도를 나무 속에 욱여넣고 있다
긴 포물선의 길을 깜깜한 나무 속에 들이붓고 있다
속도는 흐르고 흘러 녹이 다 슬었는데
과녁판에는 아직도 화살이 퍼덕거려서
출렁이는 파문이 나이테를 밀며 퍼져나가고 있다
-김기택(1957~)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화살이 하나의 표적에 도달하고도 화살이 그곳으로 그 방향으로 쏠리고 몰리는 힘은 곧바로 멈추지 않는다. 과녁의 안쪽으로 계속 퍼져 들어가려고 한다. 화살을 맞은 과녁 또한 그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 격동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에 받게 되는 어떤 것도 마찬가지다. 나의 말과 눈빛과 표정과 움직임도 누군가의 마음에 가하는 하나의 센 힘이다. 그래서 흥분과 눈물을 일으키거나, 기쁨의 감정이 북받쳐 흘러넘치도록 한다. 바람이 지나가면서 나목의 빈 가지를 흔들어놓는 것을 본다. 빈 가지는 한동안 위아래로 폭을 갖고 흔들린다. 누군가의 큰 목소리가 산에 부딪쳐 되울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메아리가 골짜기에 사방으로 퍼지고 흩어지는 것을 끝까지 듣는다. 소리가 그친 뒤에도 여음(餘音)이 있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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