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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인기가 요즘 없어도 너무 없는 것 같다. 정부 근처에서 줄 서기 좋아하는 인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리는 대통령 인수위원회이다. 인수위 갔다가 청와대 중책 혹은 장·차관, 그게 한국 엘리트 남성들의 보장된 출세길이다.
반대로 임기말 청와대는 아무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자리가 된다. 공무원들은 ‘인공위성’이라고 부르는데, 괜히 잘못 갔다가 정권 바뀌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 민간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망하는 정부 말년 청와대에 가면, 다음 정권 내내 인생이 고달파진다.

세상 인심이라고, 정권 초에는 어떻게든 줄 대서 청와대 가고 싶어하던 공무원들이, 최근에는 죽어라고 도망가서 청와대는 안 가려고 하는 듯하다. 세상사, 다 이런 것 아니냐 싶게, 민주당에 줄 대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공무원이든 민간 기업이든 ‘보험’이라고 부르는 줄 타기가 요즘 유행인 듯싶다. 하늘 아래 영원한 건 없다는 것처럼 고소영, 강부자의 시기도 끝나간다.


이번 정권에서 일반인들에게 완전히 스타일 구긴 부처가 외교부였다면, 밑바닥부터 붕괴한 곳은 인권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건 그냥 시민단체(NGO)에 맡기면 되는 거 아니냐고 공공연히 말하는 사람들이 현 정권의 장·차관들이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특히 못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인권은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번 정부가 잘 한 게 뭐가 있나, 그렇게 물어보면 사실 할 말이 별로 없다. 시민들의 인권 인식은 높아진 것 같은데, 이건 정권이 잘 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닌 듯싶고. 그럼 국방은 잘 했나?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법,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것도 아니다.
자기들은 ‘선진화’를 국정 모토로 잡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눈에서 보면 한국이 한참 후퇴했다는 데에는 좌우, 진보, 보수 모두 이견이 별로 없는 듯싶다. 물론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우리가 후진국이던 시절 혹은 개발독재 시절로 상당 부분이 돌아갔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후대에 가장 많이 영향을 미칠 것, 그것은 생태 분야가 아닐까 싶다. 아닌 말로 인권이야 정권 바꿔서 다시 되돌리면 되는데 4대강, 새만금, 이런 건 다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노무현 후반기에 ‘대못질’이라는 표현이 유행했다면, 현 정권이야말로 ‘생태 대못질’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환경단체와 환경부의 관계는 외국과는 조금 다르다. 환경청을 환경부로 격상하는 데 상당히 관여를 했기 때문에 어떨 때 보면 시집 보낸 딸을 보는 친정 어머니 느낌도 든다. 환경부도 환경단체를 극진하게 생각했었다. 현 정부에서 이런 우호적 관계가 끝났다. 아예 장·차관이 나서서 4대강 사업 추진본부장처럼 움직이니 좋은 관계일 수도 없다. 아직 공개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럴 거면 차라리 환경부를 해체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젊은 활동가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국토부가 개발을, 환경부가 견제를, 이렇게 하는 10년 넘은 구도에서 사실상 환경부가 제대로 견제를 하지는 못했어도 그래도 시늉은 좀 했다. 이렇게 짜여진 시스템에서 아예 환경부 장관이나 차관이 개발하자, 이러고 나오면 견제 시스템이 돌지 않는다. 자기들이 나서서 4대강 주무 부처처럼 굴 거면, 아예 없애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 대신 환경영향평가를 아예 환경단체나 민간에서 위탁해서 관리하는 게 국가주도 개발방식에 최소한의 견제라도 될 거다.

시민의 정부가 들어오면 환경부는 어떻게 할 거냐? 그냥 장·차관만 바꾸면 될까? 손학규나 정동영이라고 친구 시키지 말라는 법 없고, 그 사람들이라고 한나라당과 달리 좀 생태적인 생각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어차피 옛날 사람들이고, 토건 시절에 출세했던 사람들이다. 말은 녹색성장이라고 하지만 어차피 내용을 열어보면 토건 + 원자력, 그게 전부다. 생태는 녹색 ‘뺑끼칠’, 온실가스 배출은 원자력으로 줄이고, 그랬던 거 아니냐.
프랑스 식으로, 국토부와 환경부를 합쳐서 환경 부총리를 만들고, 환경부는 생태부로 아예 이름을 바꾸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우파 정치인인 사르코지도 이 정도는 했는데, 이명박 시대의 환경부, 참으로 시대착오적이었다.

좀 더 세게 나가자면 아예 경제 운용 자체를 지속가능 경제로 하자는 측면에서 기획재정부를 지속가능부로 바꾸고, 아예 여기에서 국민 경제 자체를 생태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삽질의 경제적 효과는 단기적이지만 삽질의 후유증은 오래 간다. 이명박 시절에 저지른 토건질을 치우려면 어떤 건 100년쯤 갈지도 모른다.

환경 활동가들 입에서 이럴 거면 차라리 우리 손으로 환경부를 해체하자, 그런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치욕스러운 시기이다. 한반도의 생태 역사에서 이 시기가 일제 시대 같은 의미에서 생태 부역분자의 시대로 기록될 것 같다. 배 바꿔 탄 환경주의자, 토건 부역분자 환경부, 그 시기가 과연 끝날까?
민주당 내부에 당장 탈토건 위원회부터 만들기를 바란다. 한나라당의 진짜 약점은 복지가 아니라 토건이다. 다음 정권의 탈토건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는 지금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야 집권하고 집권이 의미 있을 수 있고 또 그래야만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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