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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직설

20대 남자라는 문제

opinionX 2019. 2. 28. 14:51

‘20대 남자’에 대한 말잔치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20대 남자들의 현실을 자세히 보려는 노력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관심사는 이들이 어느 당을 지지할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20대 남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스피커들 역시 매우 편향되어 있다. 소위 ‘명문대’ 출신이거나, 안티페미니즘을 통해 주목을 끌고 그것을 돈이나 명성과 같은 자원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다. 이들의 발언을 20대 남자의 생각과 주장으로 치환하는 것은 문제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진짜 문제를 보지 못하게 하고, 갈등으로 이익을 얻는 이들에게 권위를 실어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20대 남자들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을까? 통계에서 확인되는 것들이 있다.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자의 고용률 및 실업률은 2008~2017년 10년간 별로 개선되지 않았거나 악화됐다. 5세 단위로 끊어서 보면 15~29세 남성 중 대부분의 구간은 10년 전 고용률을 회복했지만, 24~29세의 고용률은 2008년 70.7%에서 2017년 67.9%로 하락했다. 20대 남녀를 통틀어 가장 큰 고용지표 악화를 보여준다. 실업률의 증가폭 역시 가장 커서 2008년 7.5%이던 실업률은 2017년 11.6%였다. 2017년의 경우 20대 전반에서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보다 높다. 특히 20대 후반에서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을 앞지른 것은 2017년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30대로 넘어가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30~34세 남성의 2017년 고용률은 87.3%에 달했고, 같은 나이대의 여성은 10년 전보다 9.1%포인트 올라 61%였다. 15~29세에서 여성이 3.9%포인트 높은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로 역전된 것이다. 

한편 2008~2017년 한국의 10만명당 자살사망률은 등락을 반복했으나 결과적으로는 26명에서 24.3명으로 줄었다. 20대의 경우 여성은 모든 구간에서 눈에 띄는 자살률 저하가 나타났다. 20~24세 남성 역시 줄어들었다. 그런데 25~29세 남성의 경우에는 오히려 자살률이 증가했다. 2008년 24.4명에서 2017년 25.3명으로 늘었다.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20대 남성도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실태조사’에 따르면 18~29세 남성의 주요 우울장애 일년유발률은 2006년 1.4%에서 2016년 3.5%로, 불안장애의 경우 3.5%에서 7.4%로 증가했다. 물론 유발률 자체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문제다. 

하지만 20대 남자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가령 남성 자살사망자 수를 학력별로 보면 중·고등학교에서 가장 많은 자살사망자가 발생한다. 또 ‘한국복지패널’ 조사에 따르면 자살 생각, 계획, 시도 모두에서 저소득층이 일반가구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을 나타낸다. 또 2019년 1월을 기준으로 경제활동인구를 보면 학력이 같을 경우 남자가 여자에 비해 아주 높은 경제활동참가율을 보인다. 대졸 남성은 86.7%가 경제활동인구인 반면 대졸 여성은 66.6%로 차이가 크다. 고졸 남성은 72.4%로 대졸 여성보다 높고, 고졸 여성은 54.9%에 불과하다. 빈곤율 역시 일관되게 여성이 더 높다. 남성 임금노동자가 여성보다 230만명가량 많지만, 비정규직은 오히려 여성이 68만명 더 많다. 이런 통계들은 끝도 없이 찾아낼 수 있다. 

핵심은 이것이다. 20대 남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 그렇다면 논의는 이 어려움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맞춰져야 한다. 그러나 20대 남자를 위한다는 이들도 심지어 스스로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여성이나 사회적 소수자 탓을 하거나, 페미니즘 탓을 한다. 나는 이들에게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의미 없는 갈등과 혐오를 조장해서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의지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힘없고 가난하고 위험에 노출된 남자들은 안티페미니스트들의 분탕질 소재로나 동원될 뿐이다. 

진짜 문제는 시끄러운 곳보다 조용히 질식해가는 곳에 존재한다. 그리고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혐오 유발자들의 사회적 질식사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최태섭 문화비평가 <한국, 남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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