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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훈 | 2.1 연구소 소장·타이거 픽처스 자문


흔히 말하는 강남을 넓게 보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이렇게 구성이 된다. 직장과의 거리상의 문제로 나도 그곳에 살았고, 아내와 신혼을 그곳에서 시작했다. ‘88만원 세대’를 비롯해서 최근의 몇 권을 제외하면 그곳에서 썼다. 나는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닌데, 강남좌파라고 하도 괴롭혀서 결국 이사를 왔다. 속속들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강남은 조금 아는 편이다.

이제는 손학규 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하시는 손낙구라는 분이 계시다. 민주노총 대변인을 했었던 그가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라는 책을 최근에 썼다. 그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의 60%는 셋방에 살고 있고, 2가구 이상 소유 즉 다주택 소유자는 8% 정도이다. 한 가지 특이점은 60%의 셋방살이 중에 사실은 집이 있는 사람의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것이다. 압구정동은 특별히 셋방이 적은 편인데, 세입자는 38%로 비율이 낮다. 이 중 34%는 비록 전·월세로 살지만 사실은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

결국 전체 압구정 주민 중 집이 있는 사람은 74%, 집이 없는 사람은 26%이다. 일반적으로 전·월세 주민들은 제대로 된 주택 공약이 있으면 야당을 지지한다는 명제가 성립되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 강남구, 그중에서도 압구정인 셈이다.

계급 혹은 경제적인 분석만으로 접근하면, 지역감정을 깨고 경제적으로 투표한다고 하면 한나라당이 우리나라에서 정치적으로 서 있을 곳은 거의 없다. 그러나 압구정동 그리고 이곳으로 대표되는 강남갑, 이곳은 최소한 집 있는 사람들만 한나라당에 표를 준다고 하더라도 74%가 나오는 셈이다. ‘부자 정당’ 한나라당이라는 현재의 형편 가지고도 지켜낼 수 있는 철옹성, 그곳이 압구정 현대아파트로 대표되는 강남갑이라는 곳이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후보에게 강남갑에서 투표한 게 64.8%이다. 반면 박원순 후보에게는 38%. 결국 차이가 29.8%포인트다. 박근혜의 복심이라고도 불렸던 이혜훈 의원 지역구인 서초갑의 24%포인트보다 더 많은 차이가 벌어진 곳이다. 정말로 한나라당의 아성인 곳이다. 박원순보다 개인적으로 30%포인트 가까운 표를 더 받아낼 수 있는 매력적인 후보라야 강남갑에 출마할 수 있다, 이게 가장 간단한 분석 결과이다.

객관적 수치는 그렇고. 그러나 계급만으로는 분석이 안되고, 서울·수도권, 여기에 온갖 감정들이 격돌하는 게 한국 정치이다. 결국 강남갑에 출마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게 되는 게 사람 감정이다. 강남갑을 이기면 총선, 대선 다 결론 끝이고, 보너스로 한나라당을 소멸시킬 수 있다. 손학규는 이미 분당에서 그 게임을 치렀고, 정동영은 미워도 전주 출마, 정세균은 종로 출마,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사는 이계안은 동작 출마, 이렇게 다들 살 길을 찾아가는 중이다.

개관적으로 유일한 가능성은 안철수, 그러나 본인은 그거 안 하겠다는 거고. 강남 좌파의 남은 빅카드인 조국도 부산에서는 몰라도 강남갑에서는 턱도 없다. 개인적으로 만약 조국이 총선에 강남에서 나온다면, 그가 살고 있는 서초구는 피하고, 송파갑이나 송파을 중에서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배우 김여진이 나오면 강남갑도 해 볼 만하다. 계급투표는 없어도 세대 투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엄마가 되는 김여진, 그리고 배우로 오래오래 보고 싶은 그에게 나는 선거에 나오라고 할 마음은 전혀 없다.

자, 상황은 이렇지만, 강남갑에 출마를 결심하는 사람이 강남을은 물론이고 강남 전역의 편대장으로, 한나라당을 강남에서 몰아내는 이 전투의 선봉장이자 영웅이 될 거라는 객관적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강남갑에서 이기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무효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회에서 처리 안 하는 미디어렙법 등 종편 채널의 문제 해결 등 지금 우리가 풀고 싶어하는 거의 대부분의 문제를 풀 수 있다.

강남갑에서 한나라당을 이기면, 지난 4년간 한나라당 정권이 내놓은 이 해괴망측한 4대강 사업, 그로테스크한 부자들만을 위한 국정 운영, 이것들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 그뿐이랴? 반값 등록금을 넘어, 유럽식 무상 등록금도 구현 가능하다. 그게 강남갑 후보가 가지는 정치적인 의미이다.

하여간 단박에 대선 후보급의 강남 편대장의 위치로 갈 수 있는 게 강남갑 출마 선언의 의미이다. 시민의 정부, 2012년 대선, 그 싸움의 1번지는 바로 강남갑이다.

강남갑 싸움, 그곳은 그 자체로도 의미 있고, 이기면 정말로 한나라당의 자민련화, 소멸을 의미한다. 내가 이해하는 것은 이 싸움에서 이겨야 새만금을 살릴 수 있다는 거다. 모든 시민단체와 민중단체의 지원을 강남갑 출마자는 얻을 수 있다. 재판만 아니면, 딱 ‘달려라 정봉주’의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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