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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학위를 받은 지 17년째이다. YS 시절은 현대그룹에서, DJ 시절은 정부에서, 노무현 시절은 시민단체에서 보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중파의 소위 ‘블랙리스트’ 속에서 보내는 중이다. 이번 대선에 이기고, 맘 편하게 은퇴하는 게 나의 꿈이다. 

생태주의자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전쟁이 한 가지 있었다. 한나라당 때문에 모든 게 이렇게 토건 국가가 되었다, 그건 아니다. 토건주의자들은 한나라당에도 민주당에도 있고, 심지어는 예전의 민주노동당에도 있었다. 시민단체 내에도 아파트 공급론자들이 있다. 

이 싸움은 DJ 시절, 그린벨트 해제 때 처음 시작되었다. 그린벨트를 풀어서 거기에 임대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것인가, 아니면 그린벨트를 지킬 것인가? 이 싸움에서 환경단체는 졌고, 일부 임대주택을 끼워넣는 공영개발 형식으로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자는 사람들이 이겼다. 그렇게 그린벨트를 임대주택 명분으로 풀었던 첫 사업이 바로 은평 뉴타운이다. 이명박 시장 시절, 나는 졌고, 결국 벌금형을 받았다. 

똑같은 형식의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수직증축, 즉 재개발 대신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높이를 높여주는 건, 이건 지난 분당 재·보선 때 손학규가 들고 나왔다. 이건 막았다. 그 다음이 종 상향, 즉 아예 2종 주거지구를 3종으로 풀어주어서, 용적률을 높여주는 방식이다. 가락시영에서 뚫렸고, 곧 바로 염창1구역에서 또 뚫렸다. 그린벨트 풀 때와 같은 논리였다. 이 싸움에서, 또 졌다.
다음 번 싸움은 리노베이션에서 별동신축이라는 거다. 이건 민주당이 물밑으로 한나라당에 그냥 양보할 것 같다. 이 모든 것의 원리는 다 같다. 일반 분양 물량을 늘려서, 그 돈으로 특혜를 주는 대신, 일부의 양보를 받아 임대주택을 늘리자는 거다. 

결국 시청 내 토건족 공무원과, “결국 임대주택만 늘리면 되는 거 아니냐”는 아파트 공급론자들이 일단은 이겼다. 그러나 진짜 걱정은, 그렇게 해도 그 임대주택이 생겨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 경제 사정이 바뀌는 중이고, 분양제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생각해보시라. 당신이 가장이고, 지금 수중에 몇 억이 있고, 집이 당장 필요하다면 왜 분양을 받겠는가? 이미 프리미엄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당장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이미 시장에 충분히 있는데 말이다. 토건족들과 아파트 공급론자들의 의도는 알겠지만,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내 예상이다.
이번 두건의 종 상향 조치로, 취임한 지 얼마되지 않은 박원순 시장은 코너에 몰렸다. 가락시영의 세입자 비율이 70%로 알고 있다. 즉 집주인은 30%, 이 사람들은 대부분 한나라당 찍고, 아무리 종 상향 혹은 수직증축 같은 걸 해준다고 해도 결국 한나라당 찍을 거다. 박원순을 지지한 70%의 세입자는 사업 시작하면 당장 쫓겨난다. 4년쯤 지나서 재건축에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이렇게 쫓겨난 세입자가 그곳에 들어간다는 보장도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할 것인가, 박 시장은 지금 이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경향신문 DB


도시계획위원회에는 무주택자, 세입자를 대변해줄 위원이 없다. 업자와 학자, 관료, 집 없는 시민은 과연 누가 대변해줄 것인가? 그게 도시계획위원회 등 시정과 국정에서 앞으로 우리가 바꾸어야 할 방향이다. 시청앞 스케이트장 문제에서 내가 얘기한 것은, 그게 미세먼지 등 오염지역이라서 그곳에서 어린이들이 운동을 하게 하는 것은 보건상 안된다고 하는 거였다. 이건, 시장에게 보고도 안 된 걸로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일 나빴던 것은, 그를 지지하였던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볼 공개적 자리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밀실에서 진행되는 위원회 결정, 시장의 귀를 가리고 있는 관료들, 그리고 자기가 다 안다고 하는 학자들, 도대체 시민들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가?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에서 종 상향 문제는 아마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으로 가게 될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로운 시장 당선 후에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는 게 슬플 뿐이다. 나는 시장의 성공과 재선을 아직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강남의 집주인? 그들은 시장의 실패를 간절히 바란다. 

“시장님, 우리들의 시장님”, 이 제목으로 ‘토건 서울시’에 대한 글은 마감하려고 한다. 나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이고, 달은 집 없이 월세, 전세 사는 그런 시민들이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자연스럽게 이 문제들도 완화된다. 토건파들은 종 상향, 수직증축, 별동신축 등 아파트 공급을 더 늘리자는 사람들이고, 임대주택은 이를 위한 장식용 명분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렇게 고층화된 아파트의 전기료는 가볍게 월 100만원을 넘어간다. 생태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중산층들도 그런 아파트 관리비는 감당하지 못한다. 제발이지, 무엇이 집 없는 시민을 위한 것인지, 그 달을 보시기 바란다. 토건 공무원, 부동산 공급론자인 관변 학자들, 그런 사람이 아니라 제발이지 달을 보시길.
시장님, 우리들의 시장님, 당신의 정치적 힘은 바로 집 없는 서민들에게서 나오는 겁니다, 30%의 가락시영 집주인들과 지주들이 아니라… ‘부동산 뻥튀기’. 그건 우리들의 시장님이 가실 길이 아닙니다. 일단 종 상향 등, 시급하지 않은 것들은 좀 시간을 가지고 뒤로 미루어두고, 시민들이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절차를 열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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