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난해 말 선거법 개정, 공수처법 제정 등 상징적인 일이 많았지만 내게 가장 인상적인 두 장면은 핀란드 30대 여성 총리 탄생과 한국의 70대 남성 국무총리 지명이다. 두 장면이 강하게 겹친 이유는 각 장면을 만든 인식의 간격, 앞으로 만들어질 다른 미래와 격차가 선명히 보였기 때문이다.

‘누가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잘할 것’이란 판단은 개인에 대한 판단처럼 보이지만 사실 특정 집단이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 편견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을 살피기 위해 활용된 교육자료가 있다. 부자가 차를 타고 가던 중 사고가 나서 아버지는 죽고 아들은 응급실로 옮겨졌는데 환자를 본 의사가 ‘내 아들’이라고 놀라는 장면을 보여주며 의사는 누굴까 질문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답을 못한다.    

이유는 의사 하면 남성이 연상되는데 이미 아버지가 등장해 순간 혼란이 오기 때문이다. 어떤 직업이나 역할을 떠올릴 때 아예 생각조차 나지 않는 집단이 있다. 한국사회에서 총리를 생각하며 30대, 심지어 여성을 상상할 수 있는가?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은 배제된다는 것이고 능력 검증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는 의미다. 차별이다.

문제는 이것이 한 번의 배제와 차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다. 30대 여성 총리를 보고 자라는 세대와 70대 남성 총리를 보고 자라는 세대의 배움과 인식은 같을까?   

30대 여성 총리는 장관 19명 중 12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두 총리가 펼치는 정치의 영향력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태도, 삶과 미래에 대한 인식,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걱정은 현실을 보는 인식의 격차가 크다는 사실이다. 이제 검찰청과 경찰청 간부가 남성 중심인 것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 국민정서다. 여성을 아예 뽑지 않던 때가 있어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사실일지언정 국민들로부터 공감받지는 못한다.    

문제는 국민정서를 따라가지 못하는 결정권자의 인식이다. 이들은 중장년 남성 독점구조에 너무 익숙해 ‘경륜과 중량감 있는 남성이 적임자’라는 인식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간다. 최근 검찰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남성’ ‘참여정부 경력’ 인사기준이 이 둘로 읽힌다.

인사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누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고 문제를 어떻게 풀겠다는 메시지다. 장관 인사를 하면서 밑돌 빼서 윗돌을 괴었다. 장관 30% 여성 임명 목표는 달성했지만 여성 장관들의 불출마 선언으로 국회의 여성 대표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성 장관 불출마 지역구의 여성 전략공천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성평등이다. 남은 검찰 인사에서는 여성을 중용해 비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