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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벨 경제(dumbbell economy)’가 화두다. 덤벨 경제는 건강과 체력 관리에 관한 소비가 늘고 관련 시장이 크게 호황을 누리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영미권에서 시작된 덤벨 경제 열풍이 최근 한국에서도 불고 있다. 헬스·요가 등 관련 시장뿐 아니라 이를 보조하는 식품·운동용품 등의 부대 산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덤벨 경제에 힘입어 2019년 식품업계의 최고 키워드는 ‘단백질’이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인사이트리포트는 세계 단백질 식품 시장이 연평균 12.3% 성장해 2025년 32조880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덤벨 경제의 단백질 열풍으로 식용곤충이 훈풍을 맞고 있다. 식품 원료로 등록된 갈색거저리, 흰점박이꽃무지 등 식용곤충의 40~70%는 양질의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고소애’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갈색거저리는 식용곤충의 대표주자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먹는 곤충이다. 고소애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소한 맛’이다. 이 맛의 핵심은 아미노산이다. 곤충은 단백질을 이루는 20가지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다. 특히 글루탐산이 아미노산 중 가장 많다. 글루탐산은 ‘감칠맛’이라는 특별한 맛을 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고소애의 의학적 효능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고소애 추출물은 간암세포 활성을 억제하고 항치매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또 수술 전후 적절한 영양공급은 회복과정의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영양실험에서 수술 환자들의 골격과 근육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강남 세브란스병원과 농촌진흥청이 106명의 암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3년 동안 실시한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소애를 지속적으로 섭취한 암수술 환자의 면역력이 1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자들은 많은 부분의 약리적 효과가 단백질로부터 기인한다고 말한다.

발 빠른 곤충농가에서는 고소애의 의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헬스 후 이용하는 식음료 재료로 고소애를 생산하여 스포츠센터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강남 세브란스병원과 공동으로 항암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한 ‘환자식’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지난해 12월 초 세계은행의 아프리카팀이 한국의 곤충산업을 돌아보기 위해 농촌진흥청의 연구 현장과 식용곤충 생산농가를 방문했다. 세계은행은 한국 농업인의 곤충 사육 기술과 중앙정부의 곤충산업 육성정책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올해에는 대한민국의 곤충 단백질 생산기술이 세계은행을 통해 아프리카 협력사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사람들은 그저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원한다. 건강한 100세를 맞이하기 위해 식용곤충을 먹어볼 것을 권한다. 덤벨 경제를 탄생시킨 밀레니얼 세대와 100세 시대에 살고 있는 기성세대에게 곤충 단백질이 똑같이 필요하다. 식용곤충을 아직 한 번도 맛보지 못했다면 고소한 고소애부터 가까이해 보자. 지구 환경도 살리고 건강도 지키기 위해.

<조남준 | 농촌진흥청 농업생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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