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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설업계가 낙찰률 인상을 통한 ‘공사비 정상화’와 ‘SOC 확대’를 정부와 정치권에 대대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공공공사에서 제값을 받지 못해 적자 공사, 품질 저하, 안전사고 증대, 외국인 노동자 증가, 양질의 일자리 축소, 국민 생활 불편 등이 발생하고, 국가경제와 대외 경쟁력도 약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영리를 추구하는 건설업체들이야 이러한 주장을 할 수 있지만, 행정부와 여야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동조하고 있다.

우선 건설업계의 ‘공사비가 낮아 적자 공사가 발생한다’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최저가낙찰제가 도입되어 시행되던 2001년에는 등록된 종합건설업체 수가 1만1961개로 1994년(2651개)에 비해 급증했다. 2013년에는 1만921개까지 감소했지만, 2016년 1만1579개로 다시 증가했다. 적자 공사가 지속되었다면, 등록 업체 수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야 하지만, 정반대 현상을 보였다. 적자 공사에는 입·낙찰 시점까지의 입찰금액 산정 오류, 입찰자의 저가 및 덤핑 투찰, 시공 및 준공 단계의 추가 공사대금 미수령, 시공 오류, 부실 시공에 따른 재시공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한다. 따라서 낮은 공사비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안전사고 역시 낮은 공사비 때문이 아니라, 시공단계에서의 안전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큰 원인이다. 우리나라 건설현장은 안전과 품질, 건설노동자 고용 등을 모두 하도급 업체가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원도급업체에 책정해주는 공사비와 상관없이, 하도급업체에 고용된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안전사고가 공사비와 관련되어 있다면, 2013년 10조원이 넘는 해외공사 적자가 발생했을 당시 해외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넘쳐났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외국인 노동자 증가 또한 공사비가 낮아서가 아니다. 공사비는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기 때문에, 노임이 과소하게 책정될 가능성도 없고, 외국인 노동자 임금도 반영되지 않는다. 불법취업자 단속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불법취업 외국인 노동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저임금으로 차액 보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값싼 불법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을 묵인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 국민 혈세의 낭비를 막고, 비정상적인 건설산업 구조를 개선해야 할 책무가 있다. 따라서 건설업계의 일방적인 주장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적자 공사 원인을 포함한 건설산업의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부터 해야 한다. 공공공사비의 경우 입·낙찰 단계부터 하도급 구조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누수가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업계의 주장대로 공사비를 인상할 경우, 재정낭비만 가져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건설산업의 시급한 문제는 경쟁력과 효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낙찰가능한 금액으로 입찰해 최저가 하도급으로 내려오는 현재의 쥐어짜기 구조가 아니라, 적정임금을 반영한 시공 가능한 금액으로 입찰하고, 직접 시공하도록 상향식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공사비를 검증해, 재정낭비를 막을 수 있도록 원·하도급 내역서 등 관련 정보를 상시적으로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권오인 | 경제정의실천시민 연합 경제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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