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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기무사령부가 탱크와 장갑차, 특전사 병력을 동원해 촛불집회 시민 진압 계획을 세웠다는 문건을 보면 이런 군에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맡겨두고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여러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폭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위수령 발령→계엄령 선포를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엄군으로 탱크 200대, 장갑차 550대, 특전사 1400명 등 무장병력 4800여명을 동원해 시민을 상대로 발포까지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또 국회가 위수령 폐지 법안을 추진할 것에 대비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제시하는가 하면 보도검열단과 언론대책반을 통한 언론통제 계획도 마련했다. 1979년 신군부가 권력장악을 위해 12·12 쿠데타를 일으키고,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진압했던 만행이 떠오르며 절로 몸서리쳐진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기무사 문건이 작성된 지난해 3월 당시 태극기집회에는 ‘계엄령선포촉구범국민연합’이란 이름이 등장하고 “계엄령이 답이다” “계엄령을 선포하라”는 구호와 팻말이 난무했다. 계엄령 계획이 군을 넘어 권부 내 여러 곳과의 교감 아래 진행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번 문건이 누구의 지시로 작성돼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 기무사는 댓글공작과 세월호 유가족 사찰, 시민단체를 사찰해 온 사실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1년 동안 기무사 개혁 TF를 구성해 부단히 자정 노력을 벌이고 있다며 진정을 믿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TF를 이끌고 있는 현 참모장(소장)은 세월호 사찰과 계엄령 검토 문건에도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니 무슨 개혁이 가능할 것이며, 무엇을 내놓는다고 한들 수긍하는 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과거에도 기무사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다짐했지만, 악행은 끊임없이 되풀이돼왔다. 더 이상 기무사 스스로 개혁하기를 기대하는 건 무의미해졌다. 지금 군에 고강도 적폐청산이 왜 필요한지 이유도 분명해졌다. 기무사는 당장 해체하거나 해체에 버금가는 대수술을 해야 할 것이다.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무도한 계획을 세운 당시 군의 책임자와 관계자들을 모두 발본색원해 엄중처벌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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