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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깨는 이름의 이 떠돌이 책방은 다섯 마리 고양이가 운영하는 이동책방이다. 캣왕성이라는 행성에서 지구로 온 달눈, 몬드, 라옹, 들레, 팡이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간절함을 안고 머나먼 태양계의 지구로 날아와 트럭을 개조해서 책을 싣고 떠돌아다닌다. 과연 어떤 사연일까.

캣왕성은 지구와 같은 은하계의 작은 행성이다. 원래는 아폴라라는 큰 별의 일부였지만 대폭발로 떨어져나간 파편 일부가 수억 년이 지나 다시 뭉쳐졌다. 우주 유랑자 유니콘 무리가 우연히 이 신생별에 쉬러 왔다 집단 배뇨를 하고 떠났는데 그 물에서 생명이 잉태되었다. 생명은 점점 복잡화되면서 유니콘에서 뿔과 발굽이 떨어져나가고 눈이 커진 고양이와 흡사한 생명체가 되었다. 이들이 진화하여 문명을 이루면서부터 행성은 캣왕성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캣왕성의 지배자는 캣왕이고 그는 아벨족의 일원이다. 이들은 캣왕성에서 벌어진 생명 연장 실험연구의 마루타였는데 유전자 변형으로 괴물이 되었다. 두뇌가 거대해져 머리가 좋아진 이들은 잔인한 수단으로 캣왕성을 점령해버렸다. 이후 주변 행성 나아가 은하계 전체를 식민 네트워크화하려는 ‘갤럭시 3000’을 가동시킨다.

반면 캣왕성의 평범한 고양이들은 히드라족으로 전락해 이 성의 주식인  끼마(감자와 비슷하지만 열매로 열리는 덩굴식물) 농장에서 착취당한다. 잠이 보약인 고양이들이 잠을 반납한 채 일한다. 1세기가 흐르고 캣왕성의 지배체제를 견딜 수 없게 되자 반란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어느 날 식민 네트워크 프로젝트의 첨병인 캣왕성 행성정보국이 수상한 정보를 입수한다. 1970년대 지구의 한 나라가 캣왕성에서 벌어진 것과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똑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그런데 지구에서는 그 부작용을 치료할 해독제까지 개발되어 있었다. 뜻있는 고위층이 아벨족의 철권통치를 무너뜨릴 희망을 보고 이 사실을 흘렸고 우리의 다섯 주인공은 해독제를 찾아 지구로 오게 되는데….

여기까지가 문체부 주관 ‘함께 읽는 2018 책의 해’ 사업 중 하나로 진행될 ‘찾아가는 이동책방’의 앞부분 요약이다. 고양이들이 지구에 온 뒤로 엄청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책의 해’를 맞아 진행되는 ‘찾아가는 이동책방’의 원래 계획은 트럭에 책을 싣고 서점이 없는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뜻은 좋지만 이미 유사한 시도들이 없는 게 아니고 새로움이 부족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처음엔 좀 더 재밌게 만들자는 정도였는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방향이 우주로 가버렸다. 우주로 간 김에 더 뻔뻔해지기로 했다. 이동책방의 이름을 ‘캣왕성 유랑책방’으로 정했고 이동책방의 외관, 내부 디스플레이, 큐레이션 등이 모두 이와 맞물리게 디자인되었다. 책방의 사연이 담긴 스토리북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독자들에게 판매할 예정이다. 우리는 이를 읽은 독자가 유랑책방을 방문해 모종의 게임에 동참하길 원하고 있다. 프로젝트 책임자로서 일을 진행한 지난 몇 달간 마음이 불안했다. 재미있어 보이긴 해도 한편으로 황당하기도 한 이런 콘셉트에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지는 않을까, 스토리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잘될까, 부족한 예산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 하지만 책을 통해 즐거운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하나의 소망에 모든 걸 걸기로 했다. 독백으로는 책을 구할 수 없다. 독자의 마음에 뭔가를 물들일 수 있어야 얼룩을 남길 수 있다. 그렇다고 이벤트 효과에 가볍게 편승하고 싶지도 않았다. 상상력을 통해 현실을 뛰어넘고 싶다는 욕망 혹은 뛰어넘어야 한다는 책무가 상당하게 작용했다.

위에서 소개한 스토리는 독자의 참여에 따라 후속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열린 구조로 되어 있다. 즉, 독자의 참여(다양한 방식을 마련 중이다)에 따라 이미 쓰인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고양이들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캐릭터를 더욱 사랑스럽게 그리기 위해 고심했다. 한 가지 더 공개하자면 달눈을 비롯한 다섯 마리 고양이들은 캣왕성의 독서클럽 멤버들이다. 바로 이 땅의 수많은 독서모임의 멤버들처럼. 책을 이용해 위기에 빠진 모행성을 구원하고자 하는 고양이들의 고군분투에 동참할 독자들의 마음이 이 게임이 지속될 수 있는 동력이다. 요즘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곳에서 사람들이 만나 이야기하는 장소로 변신 중이다. 이동책방도 마찬가지였으면 좋겠다. 이제 오는 27일 오픈과 전국 일주를 앞두고 있다. 자세한 건 조만간 공개된다. 망설임 끝에 열정을 택해 세상에 나오게 된 캣왕성 유랑책방이 목적을 이루고 무사히 돌아가길 바랄 뿐이다.

<강성민 | 글항아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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