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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을 잡아가라. 권성동에게 청탁을 받아 부정하게 채용을 실행한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그렇다면 이를 부탁한 권성동이야말로 구속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권성동이 무죄를 받아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관철하고 싶다면 사법부는 자기 쇄신할 능력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인정하기 싫다면 권성동을 잡아가라. 그리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 나가겠다는 약속으로 증명하라. 더 이상 당신들의 무능력을 탓하는 것만으로 이 사건을 끝내지 않을 것이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6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다수의 청탁과 조직적인 명단 관리, 광범위한 점수 조작으로 인해 자기 실력으로 지원한 사람은 합격이 불가능할 정도였다는 내용이 1심 판결문에 적혀 있음에도 권성동은 무죄다. 공정 사회의 원칙을 무너뜨렸다거나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을 우습게 알고 있다는 식의 말로 채용 비리를 설명해보았자 청년을 팔아 감성을 자극하기만 하는 구호로 쓰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취업을 준비했던 청년 당사자의 입으로 채용 비리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블라인드 채용과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피해자 구제 방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마냥 구는 태도에 지친 지 오래다. 그들에게는 사회의 원칙과 누군가의 삶을 헤집어놓았다는 사실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을 알아버렸다. 이젠 청탁금지법으로 현직 의원을 구속할 수 있는지, 단순한 징계 이상의 처벌이 가능한지, 오·남용되는 지역구 의원의 권력을 어떻게 감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필요할 뿐이다.

청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우리가 기대하는 호혜로서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는 일에서 그칠 수 있는가. ‘워터랜드 사업이 중단되지 않을 수 있도록’ 부탁하는 최 전 사장과 ‘잘 챙겨볼 테니 내 비서관의 취업 또한’ 부탁하는 권성동의 관계는 부정한 관습을 빼놓고서 이해하기 힘들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는 바로 이런 것이다. 이 관습을 오래도록 유지해온 부정한 권력을 알면서도 읽어내지 않는 판결문은 얼마나 무용한가.

그러니, 부디, 청탁금지법을 개정하라. 이 법은 대통령령으로서 입법부와 사법부 공직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민간이 공직자에게 하는 청탁은 법률로서 금지해도 공직자의 민간에 대한 청탁 제재는 없는 셈이다. ‘청탁임을 인정하더라도 청탁금지법이 생기기 이전이라 본인은 무죄’라는 주장은 그가 자신이 가진 권력의 속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감시당하지 않는 권력은 절대 부패하기 마련이다. KT, 중소기업진흥공단, 강원랜드로 시작된 전수조사 결과 부정 채용이 확인된 수백개의 공공기관이 그러했으며 강원랜드 채용 비리를 수사할 당시 조직적인 외압과 내압이 있었다는 안미현 검사의 증언이 그걸 증명한다. 권력은 그 자체로서 활동하고 집단적으로 움직인다. 개인의 다짐과 청렴 혹은 도덕성으로 관리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한다. 청탁금지법 개정과 함께 공수처의 필요성을 매번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회의 변혁을 위해 제도의 개선과 개인의 인식 변화 중 무엇이 먼저인지는 미처 답을 내리지 못했다. 다만, 제도가 주는 한계 속에서도 우리는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1심은 이렇더라도 2심의 판결은 다를 거라 기대하며 다시 한번 외친다. 권성동을 잡아가라. 아, 염동열도 함께 잡아가라.

<민선영 | 청년참여연대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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