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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엔 일가족의 사망이 유독 많았다. 1월 서울 중랑구 모녀의 죽음, 8월 관악구 모자의 아사, 9월 강서구의 부양의무자에 의한 일가족 살해와 자살, 성북구와 인천 일가족의 사망 소식이 있었다. 이들 가족은 빈곤의 수렁에서, 소득 중단이나 부채 위기에 맞닥트렸을 때 죽음으로 내몰렸다. 보건복지부는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해 사각지대를 조기 발견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빈곤층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정작 중요한 질문을 외면했다. 왜 한국의 가족은 ‘함께’ 죽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빈곤율은 17%로 38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다. 노인 빈곤율은 43%로 모든 국가 중 가장 높고, 아동·청소년 빈곤율은 14%로 전체 빈곤율에 비해 다소 낮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아동 빈곤율의 이유를 가난한 이들이 더 이상 가족을 이루거나 출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인 가구는 27%로 전체 가구 유형 중 가장 많고, 이들 중 47%가 빈곤층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의 66%가 1인 가구이며 이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가족이 예전처럼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직계혈족의 법적·사회적 책임은 무한에 가깝다. 특히 사회가 가족을 가장 강력하게 호출하는 때는 나이가 어리거나 늙었을 때, 아프고 가난해졌을 때다. 출산부터 육아, 간병에 이르기까지 복지와 사회의 역할은 거의 전적으로 가족에게 떠넘겨져 있다.

빈곤이라는 위기의 순간에도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복지는 작동하지 않는다. 인천에서 사망한 일가족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생계 및 의료급여 수급신청을 하지 않았다. 강서구에서 사망한 노모와 중증장애를 가진 남성은 부양의무자인 동생에 의해 살해당했다. 이웃에 따르면 그는 간병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소득 중단,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일용직에 종사해 온 그의 지난해 소득 때문에 두 모자의 기초생활수급비는 15만원가량 삭감된 상태였다. 가난한 가족들은 서로를 돌볼 수도, 돌보지 않을 수도 없는 덫에 빠진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여전히 이행되지 않았다. 

생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가족을 복지와 사회의 최종 자원으로 삼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함께 살아내든지 함께 죽는다. 위기 가족에게 단 두 개의 갈림길만 보이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개인이 아니라 온 가족이 가난해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것이 이 사회이므로. 

가족 중심의 돌봄과 복지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선 우리 사회의 가족이 행복할 수 없다고 2019년의 죽음들이 말하고 있다. 가족에게 떠넘겨진 사회의 책임을 탈가족화하는 것으로 답해야 할 때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한 폐지는 그 첫걸음이다. 가난한 가족이 죽지 않기 위해 가족 없이도 살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

<김윤영 |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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