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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찾기 위한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이 64일째를 맞았다. 국회는 12월2일이었던 법정 기한과 정기국회 기간을 넘기고 여전히 예산안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계속 기다리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라는 농성장도, 파업을 종료한 뒤 단식에 들어간 화물연대도, 위장폐업이 의심되는 기업 한국와이퍼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달라는 단식농성장도 계속 기다리고 있다.

지난주와 그 전주에는 예산안 처리가 임박할 모양새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릴레이 108배와 콘서트, 집회 등 역대급이라는 추위 속에서도 모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7일에는 삭감된 공공임대주택 예산 복구를 위해 노력해달라는 서한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각 당사에 전달하며 오체투지로 여의도를 한 바퀴 돌았다.

오체투지를 응원하기 위해 참여한 한 청년은 “이곳에 와서 들은 이야기는 모두 내 얘기다. 뉴스를 보면 집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만 나온다. 다주택자나 종부세가 아니라 이달의 월세를 걱정하는 나와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니 반갑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 15일 대통령은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지으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재정부담을 안게 되고, 납세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전반적으로 경기위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주택 공급자인 임대인에게 혜택을 주면 자연스럽게 임차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일단 공공임대주택 건설이 정부와 납세자, 경제에 어떤 부담을 지운다는 것인지에 대한 근거도 명확지 않거니와, 임대인에게 주는 혜택이 임차인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세입자로 살아온 내 경험만 돌아보아도 일치하지 않는다. 보증금, 전셋값이란 이름으로 전 재산을 맡겨놓고도 도리어 세입자가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 금융 관계는 임대차 시장뿐이지 않나. 깡통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문제는 집이 상품이자 투자처가 되어버린 왜곡된 연쇄 고리의 결과지만 대통령은 이를 사법적인 단죄 대상으로만 본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생각에서 빠진 것은 모든 사람에게 집이 필요하다는 지극한 상식이다. 집이 없는, 집답지 못한 집에 사는, 집 때문에 미래가 불안정하고 매일을 쫓기듯 사는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감각이 닫혀 있다.

아무래도 대통령에게는 무주택자 친구가 필요하다. 세입자로 사는 40% 국민의 심경을 알아야 좀 더 대통령답지 않을까. 12월22일 동짓날, 서울과 대구, 대전에서는 거리와 쪽방 등에서 사망한 홈리스 추모제가 열린다. 용산 가까이 서울역에서 열리는 추모제에서는 올해 432명의 위패를 모신다.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동짓날 서울역에서 무주택자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꺼이 초대한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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