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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스무 살 때까지 그곳에서 자라며 당진에 있는 학교를 다녔다. 도시를 좇아 서울을 삶터로 삼게 되었고, 고향은 언제부턴가 부모님과 옛 친구들이 사는 지역이 되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2일 충남도 인권조례 폐지안이 통과되고 대응 활동에 참여하면서 새삼 고향을 자세히 보게 되었다. 오랫동안 선거 때마다 신한국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꾼 보수 정당이 권력을 차지하던 곳. 정치인들이 만든 지역 발전이란 것은 대부분 도로 확장, 논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달리는 철도, 주거지 가까이 지나는 송전탑 같은 것들이었다. 1년에 두어 번 고향에 갈 때마다 보는 풍경들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내가 하는 활동들이 연결되어 긍정적인 효과가 미치리라 그저 기대했다. 그리고 4월3일, 충청남도 인권조례 폐지안 재의결이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반인권세력의 논리는 지역에서도 한결같다. 동성애를 합법화하는 법이라며 ‘정신장애적 사고방식’ ‘정신세계 병든다’는 장애차별적인 표현으로 반동성애를 전면화한다. 이슬람 문화를 충남도가 지원하게 될 위험성을 경고하며 이주민에 대한 차별을 선동한다. 2016년 충남 이주노동자 인권실태 조사에 따르면 충남 이주노동자 수는 전국 4위에 해당한다. 나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이주노동자와 공장에서 함께 일했고, 결혼 이주한 여성들과 마을일도 함께하신다고 했다. 인권이란 말이 낯설지라도 사람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물론 노동현장과 지역공동체 안에서도 차별은 있다. 그러니 서로를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인권은 중요하다.

나는 인권조례 폐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주민의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앞세워 선거 시기 정치적인 목적으로 조직화될 때 그 영향력은 커진다. 이미 충남뿐 아니라 부산, 충북 증평, 충남 계룡 등 곳곳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인권조례 폐지와 개악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 때도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가 난무했다. 기독자유당은 ‘동성애 반대’ ‘이슬람 반대’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동성애는 인륜 파괴’라며 경쟁 후보를 비난했다. 소수자 혐오가 공약이 되고 후보자 자격 검증 기준이 되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서 민주주의의 원칙인 반차별과 평등이 버젓이 무시되어 왔다.

이번 선거는 좀 다르게 만들어 보자. 인권단체들이 다가올 6·13 지방선거에서 반인권 세력의 혐오 표현과 선동에 맞서는 활동을 시작한다. ‘혐오 내리고 인권 올리고 지방선거 혐오대응 전국 네트워크’를 조직하여 혐오 표현, 선동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대응하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홈페이지 equalityact.kr 참고). 오는 14일 네트워크 발족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차별 조장 질의서 대응,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 지방선거 혐오 아웃 신고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것이다. 단체뿐 아니라 개인 참여도 가능하니 나는 어버이날 충남 유권자인 부모님 먼저 참여를 조직해볼 생각이다. 선거 때마다 답답했던 많은 이들이 함께 행동하여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반차별 6·13 지방선거를 만들자!

<이진희 |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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