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정농단이라는 이름의 드라마(?)를 지켜보면서 어두침침하고 섬뜩한 영화 속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의 네오가 말한 것처럼 현실은 어쩌면 인공지능 컴퓨터시스템이 우리 뇌 속에 심어놓은 거대한 환상에 불과한지 모른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꿈인가. 작금의 현실에 빠져들수록 디지털 지하세계 ‘다크웹’ 속의 극단적인 범죄자들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다크웹은 원래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탄생했다. 특히 독재국가의 시민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언론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익명성 보장이 존재 이유였다. 하지만 익명성 보장이라는 매력적이고 강력한 기능은 범죄자들에게 오히려 반가운 툴이었다. 이제 다크웹이라고 하면 은밀한 범죄왕국, 혹은 거대한 불법 거래시장 등을 연..
대한민국 최고 금수저인 박근혜 대통령과 재벌은 닮은 점이 많다. 무엇보다 한 줌도 안되는 지분으로 권력을 향유하고 있다. 지지율 4%에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새누리당과 정치권을 쥐락펴락한다. 이정현 같은 친박계 의원들을 내세워 새누리당을 장악하고, 새누리당을 통해 입법·행정·사법부 관료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재벌 총수들은 더 심하다. 지분율이 1%도 안되지만 순환출자를 이용해 그룹 계열사 전체를 지배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에버랜드 대주주로 등극한 뒤 에버랜드 보유 지분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을 지배했다. 형제자매와 연을 끊고 산다는 점도 비슷하다. 박 대통령 동생 지만씨는 “피보다 진한 물이 있다”는 말로 누나와의 관계를 표현했다. ‘진한..
국정농단 세력들이 전면적인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최순실씨는 그제 열린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의 공소사실 가운데 8가지는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것인데 공모 사실 자체가 없으니 무죄라는 논리도 폈다. “죽을죄를 졌으니 용서해 달라”며 검찰청에 들어서면서 머리를 조아리던 게 불과 50일 전 일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낸 탄핵심판 답변서에서 ‘헌법·법률 위반은 모두 사실이 아니고, 최순실의 비리를 전혀 몰랐다’며 국회가 제시한 13가지 탄핵 사유를 모두 부인했다. 몇 차례 반성하는 대국민사과를 일방적으로 하고 눈물도 흘리는 듯하더니 이제 와서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식이다. 갖은 비리에 찰떡궁합을 과시하던 두 사람은 기억상실증도 동시에 걸리는 모양이다. 최소한의 양..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입가에 모처럼 미소가 번졌다. 목소리와 표정에서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분이다 보니 기쁜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자리는 16일 사퇴 기자회견이었다. 국정농단 사태에 떠밀려 임기 2년 당 대표직을 4개월 만에 물러나면서 웃음이 나온 것이다. 일주일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는 소식에 “혼밥, 혼술은 해봤지만 ‘혼박’은 처음이었다. 날아갈 것 같다”면서 박수치며 기뻐했던 사람들은 ‘이건 뭐지’라고 했을 장면이다. 이른바 친박이라는 사람들. 자신들이 따랐던 지도자가 국민들에 의해 쫓겨날 상황이지만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 작금의 현실을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홀로코스트 같은 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국..
의료의 권력은 막강하다. 현대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타인의 인신을 구속할 수 있는 권한은 오로지 사법부와 의료인에게만 허용되어 있다. 최근 정신보건법 개정으로 절차가 까다로워지기는 했지만, 정신과 전문의는 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환자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의료의 권력이 정신병원 강제입원 같은 특수한 상황에만 행사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의 의료 이용 전반에 걸쳐 행사되고 있다. 의료의 권력이 보편적으로 확립된 것은 20세기 초 이후에 형성된 현상이다.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의료 이용의 중심 공간은 병원이 아니었다. 빈민층은 수용소와 다름없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중산층 이상의 환자는 의료인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서 치료를 받았다. 의료인이 환자를 통제할 수 있는 여지는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려 있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즉각 파면되고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뽑기 위한 선거가 실시된다. 헌재의 결정 시점에 따라 대선시기가 달라질 수 있고, 대선후보로 나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퇴임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등 정치일정은 매우 급박하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특검 수사를 받게 될 현시점의 대통령기록 처리와, 실제 탄핵인용이 될 경우 대통령기록 이관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대통령기록 파기와 멸실이 우려된다.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기록물생산기관의 기록관의 장은 대통령 임기종료 6개월 전부터 이관 대상 대통령기록물의 확인·목록작성 및 정리 등 이관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
새누리당 친박근혜계가 요즘 하는 일을 보면 그 막무가내 행태를 표현할 마땅한 말을 찾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부른 폐족으로 자성하기는커녕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막 나가고 있다. 그제는 박 대통령을 징계하려는 당 윤리위까지 편법적으로 장악했다. 친박 일색의 최고위원회가 이진곤 윤리위원장과 사전 협의 없이 친박 성향 위원 8명을 추가로 임명했다. 기존 윤리위원 7명보다 더 많은 위원을 추가 투입해 대통령 보호막을 치고 나선 것이다. 그래 놓고 “애초 윤리위 구성에 균형이 맞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다. 꼼수와 편법도 모자라 오리발까지 내미는 처사에 할 말이 없다. 참다못한 이 위원장과 기존 위원들은 일괄 사퇴를 선언했다. 친박처럼 몰상식한 정치 집단은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민주 ..
대통령의 어리석은 행위가 세계적인 사건이 되어버렸다. 국정농단을 둘러싼 참혹한 진실이 양파껍질처럼 벗겨지면서 나라는 국제 망신이고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언론보도, 촛불시위, 검찰조사에 이어 특검과 국정조사가 진행되면서 과녁은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결국 국회가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함으로써 온 나라를 가득 메운 촛불의 마지막 국면이 시작되었다. 지난 주말 국회의원 171명의 이름으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절차가 시작되었다. 야 3당이 만든 탄핵소추안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부실대응을 국민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으로,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을 강요한 혐의 등은 뇌물죄와 직권남용, 강요죄로 명시했다. 12월9일 의결을 예정하고 있는 ‘탄핵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탄핵안이 발의된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