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순실씨와 함께 국정농단에 개입한 정황이 또 제기됐다. 보도에 따르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김 전 비서실장 소개로 최씨를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최씨와 알고 지냈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그때마다 부인했다. 여권의 핵심인사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저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때 김 전 실장과 최씨도 동행했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비서실장 교체 문제를 논의했다고 한다. 김 전 실장이 최씨 소유의 강남 소재 건물을 사무실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빌딩에서 그를 봤다는 목격담도 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최씨를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고 발뺌해왔다. 어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발..
검찰이 어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피의자를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최씨 등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과 공모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정식 입건,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추가 조사를 통해 내용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던 입장을 뒤집고 검찰의 수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에 의해 형사범죄의 피의자로 규정된 것도 초유의 일인데 사법체계마저 거부하다니 충격적이다. 국가적 비극이자 이런 막장이 따로 없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의 혐의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국민들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은 지 30년이 됐고, ‘박근혜’는 그 여섯번째로 선택받은 대통령이다. 어디 순탄한 정권은 없었다. 임기 초 90% 넘는 지지를 받다가 떠날 때쯤에는 곤두박질친 대통령이 있었고, 퇴임 후 검찰 조사를 받은 대통령도 있었다. 몇 번의 정권을 지나다보니 주기라는 것도 있다. 취임 초 의욕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비리로 걸려들면 정권의 도덕성이 상실돼 국정의 추가 비틀거린다. 측근들, 친·인척 이름이 나오면 국정을 이끌 힘이 쫙 빠진다. “역사는 평가해 줄 것이다. 역사로부터 평가받겠다”면서 ‘역사와의 대화’를 시도하며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기도 하지만 곧장 여론의 역풍을 맞고 흐지부지된다. ‘미래 권력’ 자리를 다투는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현재 권력’은 ..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부끄럽다.” 요즘 많이 듣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평범한 영매 아줌마의 아바타 노릇을 하며 국가를 운영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급기야 호스트바 선수, 대를 이은 주술, 그리고 사우나 부녀회 모임까지 등장했다. 국격이 한없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에 국민은 분노를 넘어서 수치심과 자괴감을 느낀다.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한탄한다. 국정농단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 저질렀는데, 왜 부끄러움은 우리 국민의 몫일까? 울화통을 잠시 접어두고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왜 존재하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부끄러움, 그리고 그 강도가 강화된 형태인 수치는 사람을 괴롭히고 들쑤시는 정서다. 최근 많은 사람이 공감할 이야기다. 수치를 느낀 사람은 가슴이 미어터질 듯하고, 체온이 높아져 얼굴이 붉어지고,..
박근혜 정권이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강행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문란 사태로 시민의 관심이 분산된 사이 시민의 지지를 상실한 정부가 문제의 정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반대가 여전하고, 강행할 경우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아랑곳없다는 태도이다. 교육부는 오는 28일 인터넷에 ‘e북’ 형태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어 연말까지 현장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1월 최종본을 확정, 3월부터 전국 6000여개 중·고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학생들은 내년부터 시대착오적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공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교육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것은 물론 친일파와 박정희..
최순실씨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최근까지 아무런 통제 없이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량에 앉아 ‘11문(정문)’을 통해 검문 없이 오갔다는 것이다. 장관들도 출입증 제시와 얼굴 대조를 거친 뒤에야 진입이 가능한 곳이라고 하니 최씨의 위세는 장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법과 시스템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사적 인연에 의한 통치를 행한 것이며 이 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공동 정부’였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최씨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을 것이란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박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온갖 국정에 개입했을 것이다. 최씨가 청와대로 올라오는 각종 기밀문서들을 훑어보고 직접 들고 나왔을 수도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이어 그 언니 최순득씨와 조카 장유진씨(장시호로 개명)도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 자매와 매주 만나는 한 지인은 “최순실은 최순득이 지시하면 그대로 움직이는 현장 반장이며, 최순실을 비선 실세라 하는데 최순득이 숨어있는 진짜 실세”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테러를 당한 뒤 요양했던 곳도 박 대통령의 고교동창인 최순득씨 집이라고 한다. 최순실씨의 브레인이 장유진이며, 그가 국정농단의 핵심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씨 모녀의 호가호위도 모자라 일가족이 나랏일을 주무르고 있었다니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최근 제기된 의혹을 보면 이번 사건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태민씨 일가 국정농단’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새로 불거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