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새로운 물증이 나왔다. 바로 북한 경제의 성장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경제는 전년 대비 3.9% 성장했다. 17년 만의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 나아진 것은 지표만이 아니다. 장마당 등 시장이 활성화하고, 시장에 나온 소비재의 거개가 중국산에서 북한산으로 바뀌었다. 내수산업이 회복하고 농업생산성도 증가했다. 대북제재가 성공적이라면 북핵 개발 억제 혹은 경제파탄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김일성 시대 북한 경제는 남한을 압도했다. 1980년대 이전까지 상대적으로 경제 규모가 크고 주민 개별 삶도 상대적으로 윤택했다. 냉전시대 옛 소련을 비롯한 공산진영 내 무역과 지원의 결과다. 그러나 이번 경제 성장은 성격이 완연..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CBS방송, 워싱턴포스트 신문과의 연쇄 인터뷰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접근방안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고, 먼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이어 완전한 핵폐기를 이루는 단계적 방식을 제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과거 여러 차례 거론한 바 있어 새로울 게 없지만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침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핵을 평화적으로 풀지 못하고 대규모 파괴와 인명 희생을 전제로 한다면 의미가 없다. 또한 제재·압박에 대화를 병행하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될 경우 북핵 해법에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방안 공개는 다음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한·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미국 ..
세상이 바뀌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교체도, 정권붕괴도, 침략도 하지 않고 체제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미국을 믿어달라”고도 했다. 외교언어치곤 거칠지만 진정성은 묻어난다. 그는 지난 3일 국무부 직원 강연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틸러슨의 발언은 정확히 북한의 흉중을 꿰뚫는다. 김정은 정권의 제1목표는 체제 생존이다. 핵개발도 미국의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북한은 주장해왔다. 그런데 미국이 체제 보장을 공개 약속했다. 북한의 핵개발 명분과 논리는 거대한 모순에 직면하게 됐다. 이렇게 선명한 반전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처음에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한반도는 전쟁위기설로 설설 끓..
북한의 미사일 도발의 파장이 거세다.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주는 타격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 제재와 대화의 병행 노력을 공언해왔지만 북한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탄도미사일로 도발했다. 대화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문제 정책적 공간과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미국 본토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타격권에 들어왔다”고 공언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순 없지만 이대로 간다면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다. 북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게 되면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 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대책이 필요하다. 북핵..
북한이 어제 서해 동창리에서 동해 쪽으로 중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4발을 동시에 발사했다. 지난달 ‘북극성 2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22일 만이다. 이는 한반도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위협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의 중대 위반이다. 지역 평화를 깨뜨리고 국제규범을 거듭 파괴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저울질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보란 듯이 이뤄졌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면서 대북 선제타격, 대중국 세컨더리 보이콧과 함께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하나가 한반도의 운명과 직결되는 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사건에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외교관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어제 브리핑을 통해 고려항공 직원과 북한 외교관이 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고 추가로 발표했다. 북한 외교관의 범행 연루 의혹은 의미심장하다. 이 사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직접 개입을 강력히 시사하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선 더 이상 달아날 구석이 없어 보인다. 말레이 경찰은 두 사람을 조사할 수 있게 해줄 것을 북한 대사관 측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협력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것이라며 강제수사 의중을 내비쳤다. 평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의 송환도 요구했다. 이 사건의 용의자가 여성 2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 모두 북한 국..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북한 공작원으로 추정되는 2명의 여자에 의해 독살돼 파장이 일고 있다. 김정남은 13일 오전 9시 마카오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8시부터 줄을 서 있다가 뒤에서 접근한 이들 여성에 의해 독극물을 흡입한 뒤 병원 이송 중 숨졌다. 도주 중인 범인 2명이 베트남 국적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의문은 남아있지만 북한의 소행을 제외하고 달리 추론할 근거는 없다. 국가정보원도 어제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이번 암살은 김정은 집권 이후 내려진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명령)를 북한 정보당국이 실행에 옮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5년 전인 2012년에도 살해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정은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등 껄끄러운..
북핵 문제는 상당 부분 북·미 간 문제다. 북·미 간 타협과 갈등으로 점철된 북핵 문제의 긴 역사가 잘 말해준다. 그런데도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이 쉽게 끝낼 수 있다며 중국에 떠넘겼다. 그런데 그건 미국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미국은 선제타격으로 북한을 무릎 꿇릴 수도 있고, 대북 경제 지원으로 북한 태도를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두 그게 전략적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오바마가 북핵 문제를 북·중 간의 문제로 바꿔치기하려 갖은 노력을 했음에도 실패한 이유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문제를 직면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과 트럼프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김정은은 손을 뻗어 트럼프의 옷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