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나드는 대기오염물질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든 국경을 훌쩍 넘어버리는 월경성(transboundary) 오염물질은 관할권의 충돌과 오염원인-피해 간 책임 충돌을 야기한다. 자연의 원리에 따라 편서풍이라는 바람의 방향은 변하지 않는다. 즉 계절과 대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아시아 대륙과 중국에서 미세먼지와 월경성 대기오염물질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유입되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월경성 오염물질 저감의 비용과 편익, 국력과 여론의 비대칭성은 한·중 간, 더 나아가 아시아 지역의 환경 협력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동아시아 지역 월경성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한 ..
최근 여수산단의 대기업들이 측정치를 조작해 대기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한 사실이 적발되고, 행정당국의 관리감독에도 심각한 허점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서 전국 1위인 현대제철은 허용기준의 5배 이상을 초과해 시안화수소를 불법 배출하고, 오염물질 저감장치 고장을 숨긴 채 5년째 가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안화수소는 흔히 ‘청산가스’라고 불리는 독성물질로 일반적인 대기오염물질보다 인체에 더 유해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같은 소식은 환경부의 배출허용기준 강화조치를 무색하게 만든다. 환경부는 금년부터 미세먼지 다량배출사업장의 배출허용기준을 최대 2배 강화했다. 그러나 ‘예외인정 시설’로 삼천포화력 1~6호기, 보령화력 1·2호기, 호남화력 1·2호기, 동해화력 ..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 비나 바람을 기다린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씻어내고 날려 보낼 정도의 비와 바람을 보기도 쉽지 않다. 지난 20일, 오랜만에 비다운 비가 전국적으로 내렸다. 기대했던 것만큼 미세먼지를 씻어내진 못했지만, 봄 가뭄만 생각해도 정말 단비였다. 바짝 마른 땅을 적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며 얼마 전 미세먼지 대책으로 잠시 화제가 되었던 ‘인공강우’가 생각났다. 과연 이런 정도의 비가 인공강우로 가능할까? 인공강우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그 기술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개발된 놀라운 기술의 쓰임새를 본다면 이런 짐작도 무리는 아니다. 예상 못한 어떤 결과가 생길지도 모른다. 비 온 후 며칠간, 꽃샘추위를 몰고..
최근들어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날이 잦고, 장기화되고 있다. 물론 중국 탓도 있으나 기후변화로 ‘에어커튼’ 효과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배출원의 미세먼지 유발로 마치 밀폐된 온실에서 연탄을 때는 것처럼 증폭되고 있다. 기후변화의 미세먼지 증폭효과가 가시화된 만큼 주요 배출원인 발전과 수송 부문의 근본적 개선이 절실하다. 특히 석탄발전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무려 40%를 차지하며 미세먼지 유발물질의 주요 배출원이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에 한해 몇몇 석탄발전소의 출력을 약간 줄이는 것에 머물고 있다. 석탄화력을 퇴출시키는 정책 전환이 요구된다. 정치권에서 석탄화력발전을 원전으로 대체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고립된 국내 전력망에서 출력 조절이 안되는 원전을 더 늘리..
1952년 12월 런던 스모그 사건이 떠오른다. 단 7일 동안 석탄 연소에 따른 스모그 현상으로 1만2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환경 재앙.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었고 수도권과 세종, 충청도에는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7일 연속 발령되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가능한 방안 총동원’을 주문하였다. 7일의 먼지 지옥.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한다. 그 위해성이 명백하다. 1952년 런던의 재앙이 2019년 한반도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비상한 재앙’에 ‘비상한 조치’를 취했는가. 작년 한국 정부와 미국 항공우주국이 공동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의 52%가 국내에..
최악의 미세먼지 상황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5일 전국 곳곳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정지역’ 제주도에서도 지난 4일부터 처음으로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발동됐다. 학교에서는 실외수업을 중단하는 일이 속출했고, 상당수 시민들도 약속을 취소하고 발걸음을 집으로 돌렸다. 하지만 실내 미세먼지 농도도 바깥과 다를 바 없어서 시민들은 적잖은 불편과 공포를 느끼고 있다. 미세먼지의 피해 범주도 확산되고 있다. 1급 발암물질로 인체에 대한 피해는 물론 시야 확보를 방해해 항공기 운항을 지연시키는 등 경제활동 전반에도 상당한 지장을 주고 있다. 곧 본격적인 황사철이 되면 그 피해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이날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지금처럼 계속되면 국민 생명..
주말 내내 한반도는 뿌연 먼지를 뒤집어썼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단위 ㎍/㎥)는 ‘나쁨’ 기준치인 80을 넘었다. 세종시는 한때 142였다. 몇 걸음을 걷다 보면 목이 따끔거리고 눈이 침침해졌다. 이런 날들이 이제 ‘일상’이 됐다. 한반도에서 점점 더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미세먼지 ‘나쁨’ 일수는 서울이 61일, 전국적으로는 300일이 넘었다. 미세먼지가 ‘사시사철 불청객’이 된 것이다.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이미 전 세계 최악이다. 2017년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5.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한때 ‘나는 새도 죽음으로 몰았다’는 멕시코시티보다도 나쁘다. 미세먼지는 1군 발암물질로 사망률을 높이고, 생명을 단축시킨다. 폐렴·폐암은 물..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이 핫하다. 지난달 10일부터 고교생들이 ‘기후를 위한 낙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유럽연합 본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학생과 어른들도 가세하여 이 시위는 매주 목요일 4주째 계속되고 있다. ‘기후를 위한 젊은이들’로 이름 붙여진 시위대답게 “우리는 기후보다 더 뜨겁다” “나의 미래를 불태우지 마라” “공룡도 멸종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 “학교 빼먹기? 미래를 위해 싸우기!”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기후변화를 늦추자고 외친다. 지난해 12월2일부터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총회가 맥없이 끝난 뒤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일이다. 올 초 다보스포럼에 스웨덴 고교생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구온난화를 막자고 연설한 것도 독일, 스위스 등으로 시위가 확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