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으로써 성립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다스리는 죄질이 나쁜 범죄다.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직접 폭력을 가하는 일로 판단이 비교적 쉽다. 협박은 상대방에게 해악(害惡)을 고지하여 공포심을 갖게 하는 행위다. 그런데 강요죄는 강요에 의해 발생하는 일을 정당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당하는 입장에서 “폭행,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2심 재판부도 사건의 본질을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겁박 때문에 뇌물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고 규정했다. 이런 이유가 양형에 반영되면서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그런데 강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파면 선고를 받은 지 2년을 맞았다. 지난 주말과 휴일 보수단체들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이른바 태극기집회를 열고 ‘박근혜 석방’을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대리인을 맡았던 변호사는 “억울하게 희생된 박 전 대통령을 구출하고 문재인 정권의 퇴출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년 동안 주말마다 지겹게 봐왔으니 딱히 새로울 건 없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번엔 집회 규모가 좀 더 늘어났다는 정도다. 얼마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풀려나자 덩달아 기대가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헌재는 2년 전 “(박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행위”라며 재판관 8명 전원 일치로 파면..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5일쯤 자유한국당에 입당한다고 한다. 그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 안팎에선 2월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도 출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오래전부터 입당을 권유 드렸고, 거기에 대해서 답을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그간 보수통합을 명분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을 접촉하며 몸집 부풀리기에 나서고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막상 황 전 총리 영입이 현실화한다고 하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아래서 법무부 장관과 총리를 지낸 인물로 명실상부한 ‘박근혜 정권의 2인자’였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책임자로 사전에 국정농단을 막지 못했고, 4개월여간 대통령권한대행 재임 중엔 특검 연장을 거부하는 등 되레 이를 덮고 비호하는..
2014년 5월13일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교사 43명의 글이 올라왔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틀 뒤인 5월15일 스승의날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후속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교사들의 성명이 낭독됐다. 그해 6월까지 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한 교사는 123명, 일간지 광고 등에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교사는 161명이었다. 박근혜 정권이 이들을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세월호 관련 여론이 잠잠해지자 교육부와 보수 단체를 시켜 교사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집단행동을 했다는 이유였다. 200여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고, 100명 가까운 교사들이 지금도 재판과 교육청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달 30일 최저임금 1만원 등을 요..
대통령과 그가 발탁했던 장관이 수용자 번호를 가슴에 단 피고인과 그의 죄상을 밝히기 위한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서 만났다. 얄궂은 운명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 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대법정.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출석했다. 유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 면전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과정에서 발생한 문체부 공무원 찍어내기 인사에 관해 증언했다. 박 전 대통령이 노태강 전 체육국장을 콕 집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한 것에 대해 유 전 장관은 “노태강은 문체부에서 상위자나 하위자 다면평가 결과 최상의 성적을 받은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자세를 바르게 하고 목을 꼿꼿이 유지했다. 그가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집권 초기 박 전 대통령의 ..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자에서 법의 관용을 호소하는 처지가 된 그를 보면서 시민들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는 파면된 신분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역사에 남기게 됐다. 검찰과 법원은 박 전 대통령 신병 처리 과정에서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것을 모처럼 보여줬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이어받은 검찰은 그가 국정농단의 ‘몸통’이라고 결론짓고 법과 원칙에 따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도 그에게 특별 대우를 하지 않았다. 여느 피의자처럼 공개적으로 서울중앙지법 건물 출입구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게 했고,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유치장소에서 대기하게 했다. 검찰과 사법..